보리야, 언니 내일 서울 가.
"뭐? 언니 간다고옹?"
응. 우리 보리 언니 없다고 울지 말고, 건강하게 잘 지내. (침울)
'뭐 가든 말든, 나랑 상관 있나.'
냉정한 기집애!
그러다 새벽에 닭고기 찢는 손 기어이 쳐서
간만에 상처를 냈다. 피한다고 피했으나...아아......
우리 보리가 언니 손 씻을 때마다 보리 생각하라고 그런 걸 거야.
(라고 쓰면서 생각은 '요 못된 것!')
처음이자 아마도 마지막으로 전에 묻은 아깽이 무덤 공개.
표식은 아무것도 없다.
아깽이는 이미 다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한결같은 우산식당. (이제는 우산이 없지만)
대범아, 수리야, 언니 내일 가.
"야! 언니 너 때문에 간다잖아!"
"엄마 때문이다옹! 왜 나 때문이냥!"
...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동안 하도 언니 가도 잘 지내라 소리 해서 관심도 없는 게 현실.
그래도 쓰담쓰담하는 사진 한 장은 찍을 여유를 줘~
"그딴 거 빨리 찍어라옹!"
수리도 내 손 찍으려고 하고
"보리 이모보다 내가 상처 더 깊게 내 줘?"
사양할게.
며칠 전 지수가 내 준 상처 겨우 아물어 가거든.
지수는 수리깽으로 추정되는 아가와 캔 식사 하더니
배 부르다고 저것도 남기고 울 엄마에게 가 버렸음. -_-;
그동안 아깽이들 스트레스 받을까봐 들여다보지는 않았으나
엄마가 보고 싶어 하셔서 나도 핑계김에 들여다보았다.
우리 아깽이들, 이모 내일 간다.
잘 지내야 해~이모 보고 싶다고 울며 찾아다니지 말고~
"남의 집 문 앞에 고개 들이밀지 말고 꺼져라옹! 카악! 악!"
그렇게 슬퍼할 건 없어, 얘들아.
(엄마가 사진 보시고는 어떻게 이렇게 못생기게 찍을 수 있냐, 하셨다. -_-;)
냥님들 밥은 부모님이 주시기로 하셨고 (솔직히 말하자면 여태도 바깥은 엄마, 보리 밥은 아빠가 많이 챙기심;;)
집에 자주 내려올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올릴 예정이다.
요 귀여운 것들을 자주 못 본다 생각하니 섭섭했는데
섭섭한 마음을 간식 지름으로 달랬더니 조금 낫다. 허허허.
어제는 대범이네에 큰 일이 있었던 날이었다.
그제 오후에 대범이 보러 갔다가 애들이 새끼들을 들여다보며 다섯 마리 있다고 떠들길래
너네 그러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해도 말려도 안 떠나기에 계속 그러면 어미가 새끼 다 물어죽인다고
약간 화를 내서 아이들을 쫒았었다.
그러나 결국 어제 오후에 애들이 곤충잡는 뜰채로 새끼들을 끌어내 나눠 가져버렸다. -_-
나는 어쩐지 일어나질 못하고 비실대며 누워 있었는데 엄마가 내려가셨을 때
한 어린이가 젖소무늬 아깽이를 안고 옆 동 사는 형이 잡아줬다고 -_- 진술하였다고 한다.
엄마의 버럭으로 아이들이 각자 데리고 간 아깽이들을 반납-_-했으나 그 문제의 형이라는 애는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사진은 어제 자정이 다 된 시간. 아깽이 넷과 대범이, 수리, 지수가 함께 있었다.
아깽이들이 눈도 다 뜨고 앞발은 힘이 빳빳하게 들어가는지라 너무 깜찍해서
더 쉽게 데리고 오지 않을까봐, 무엇보다 제대로 먹이지도 않을 것 같아 너무 걱정이 됐다. -_-
웬걸 기껏해야 사람 먹는 우유 떠놓고 주둥이 들이대기나 하고
계속 만져대고 아깽이는 빽빽 울어댈 그림이 그려지는데 아 이걸 어쩐다......
이눔시키, 별나기도 하다. -_- 가만히 있는 새끼 왜 잡아가고 난리냐. 너 너네 엄마한테 엄청 혼나야 돼.
그러다 오늘 새벽, 엄마가 내려가셨을 땐
아깽이 다섯 마리로 원상복귀!
걔가 데려다 놨나보다.
우리는 모두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대로 죽일까 했는데 다행히 다 같이 장난치고 있고
대범이 이제는 철통방어. 허허허.
그래도 빨리 개학하고 애들이 계속 학원 뻉뺑이 돌았으면 싶은 나쁜(?) 생각을 좀 하긴 했...;;
대범아, 정말 놀랬지? 가여운 것.
우리 모두 애들 겁주고 있으니 너도 분발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