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3. 9. 23. 13:30


집에 있을 때는 주로 어머니와 함께 커피를 마셨다.


하지만 나 없으면 인스턴트를 드실 어머니를 위해, 

그래도 '내려마시는 게 좀 낫지 않겠나' 하며 

돈은 적게(가난함), 나름 정성을 담아(유세를 떨고 싶음), 

그리고 정말 물만 부으면 마시도록 해야 한다(그나마 엄마 배려)며 한 생각이 겨우



'한꺼번에 많이 볶아 아예 갈아서 들고 가자!'


그래서 아름다운 커피에서 생두 1kg 한 봉지를 사서

집에 내려가기 직전에 수망에 볶고 또 볶고 또 볶기를 반복하여

두둥!


왼쪽 그릇에 담긴 것은 냄비에 볶았다가 장렬히 망친 것.

수망 흔들기를 반복하다 약간 지친 상태에서 

쉽게 해 보고자 건성으로 도전했다가 저 꼴이 됨.


오른쪽 양은 냄비에 담긴 것은 여러 번에 나눠 수망에 볶은 것.


냄비에 볶은 것도 갈아보니 먹어도 될 것 같아서 나중엔 합쳤다.






수망으로, 그것도 인덕션에 일 킬로를 볶는 (무식한) 사람이 흔한지는 모르겠다.

그랬다. 당연히 시간이 많이 걸리고 땀도 났다. 


마트나 커피숍에서 그때그때 사 먹는 게 여러모로 나을 수 있겠지만

굳이 비싼 원두를 사 먹지는 않을 것임이 분명한 엄마의 씀씀이도 알고

나의 별 쓸모없는 도전정신도 한번 충족시켜 볼 겸 시도했다. 






그리고 자애롭게 강의를 빨리 마쳐주신 교수님 덕에 일찍 집에 온 동생이 

핸드밀로 갈아주었다.

큰 유리그릇에 여섯 봉지, 작은 그릇에 세 봉지 들어갔다.


티백으로 만들까도 스치듯 생각했지만

그건 정말 대 공사가 될 것 같은데다 집에 드립퍼, 여과지, 서버는 있어서

그거 쓰시면 되지 뭐, 하며 모두 비닐에 넣어 꽉꽉 묶었다.


집에 도착해서 트렁크를 여니 이미 커피 향이 진동......

그렇다. 밀폐용기고 뭐고 향 다 샜다......

그래도 몇 개 있는 커피봉지에 넣은 것보단 나았겠지.


어머니께 빛의 속도로 저 커피를 소비하시기를 당부드렸다.







(그런데 알고보니 대형 마트에 가면 원두 일 킬로에 이만 원도 안 되네! 아하하 나 뭐 했지? 아하하......ㅠㅠ)




그리고 요건 보너스.

barley roasting...이라고 부르면 있어보이려나.

보리 볶은 거다.


알뜰하게도 태어나 처음으로 보리를 볶아 수돗물 끓여 마시고 있다.




......

브리타 정수기 도착하면 이 부지런함은 곧 끝날 것 같으니 기념으로 남겨보았다. 후후.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3. 9. 23. 07:00


밤 늦게 도착해서 부모님 다음으로 만난 보리.

"왔는가~"






네, 덕분에 잘 내려왔어요. 

별 건 아니지만 이거라도 하나......

"아이구, 몸만 오지 뭐 이런 걸......"






그러지 말고 드세요.

"아이고, 자네 뭐~"


망설인다. 흥.






심지어 몸을 돌린다.







그래, 보리는 보리의 방식이 있지. 언니 너무 강요하진 않을게.

"그래, 거기 두면 내 알아서 먹지."






보리님,

한결같아 감사합니다.


추석 복 많이 받으세요(?).





결론 : 보리 잘 있음.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3. 9. 10. 23:32


엄마께서 보내신 메시지. - 보라색 글씨는 이 메시지 받고 전화했더니 엄마가 하신 자랑. ㅋㅋ



전화로 듣기로는, 대범이 양자 - 그러니까 전에 언급한 봉지에 넣어 버려졌던 아깽이 - 가 가장 크고,

다음은 대범이와 똑같은 무늬의 고등어 아기가 크고, 

젖소 무늬 아가가 현재 가장 작은 듯 하다고...


수리 평소에 만지는 건 겁내도 계속 배 뒤집고 뒹굴거리고,

막상 뭐 먹을 때 만지는 건 또 참는다고 한다. 기집애-_-ㅋ



아아 보고싶다아!!!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