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상태는 폐인모드, 그러나 찾아 온 카페는 초 세련.
단독주택을 개조한 로스팅 카페다.
그리고 와서는 계획과 달리 블로깅에 많은 시간 할애...-_-
아이스 아메리카노 값 낼테니 에스프레소랑 얼음잔 따로 달라 했는데
에스프레소 값만 받으시었다...ㅠㅠ
그리고 원래 쿠키 하나 준다고 메뉴판에 써 있는데
마카롱이 나왔다!
우오오!! 에스프레소 맛있다!!!
인테리어가 멋진데, 바깥과 안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데,
로스터 있는 곳이며 다 멋진데,
폰카는 참 어떻게 이렇게 이상하게 찍힐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아니라고! 테라스 진짜 괜찮다고!!!
...
쿠폰도 나름 예쁜데...
배가 터지게 밥 먹고 후식까지 먹고 나왔는데
이 버터 익는 냄새가 사람 미치게 한다.
아무래도 오늘 또 뱃가죽 찢어질 것만 같다.
-
일은, 10일이 넘어섬과 동시에 정말 한가해졌다.
그리고 나는 기동성을 위해 구입한 새 노트북도 세팅이 되었다.
(겨우 '엑셀이 안 돌아가는' 문제 때문에 이전에도 몇 시간씩, 그리고 지난 금, 토, 일 꼬박 사흘을 통째로 투자했다.)
이제는 내 공부에 시동을 걸어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일에 필요한 최소의 적응과 준비는 한 듯 한 느낌이라...
당연한 말이겠지만, 여기 일은 완전해지는 것이 없다고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 익혀야한다는 것.
현역에서 열심히 일한지 십 년차인 분도 새 영역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업무시간은 더 긴장감있게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그 긴장감과 들은 풍월로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화장실-우리 자취방과는 비교 불가, 고향 집과도 비교 불가로 좋은- 다녀오다 내 자리 뒤로 보이는 벽 색감이
왜인지 제인 오스틴 소설이나 Anne of green gables가 떠올라서 찍어봤다.
...왜기는, 서양 분위기로 한 거니까 그렇겠지! ^^;
행복하다, 행복하고 싶다.
무슨 맛?
내가 주는 거 먹는 고양이 보는 맛!
칼퇴 중이었다.
늘장 옆으로 지나가는데 눈에 띄는 분이 계셨으니,
"그루밍 중이시다옹~"
한 눈에도 병든 것 아닌가 싶은, 마르고 깨끗하지 않은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
내가 멈춰 서서 저를 보며 말을 걸자 흘낏 보더니 하던 그루밍을 계속 한다.
이 더운데 피부병까지 있는 굶은 고양이, 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괭이들에게 하는 건 겨우 뭐라도 좀 먹이는 것뿐...
급히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 먹는 참치(짜겠지만 ㅠㅠ)를 사왔다.
'아, 물도 한 병 살 걸! 아, 사무실에 테이크아웃 컵 씻어둔 거 있는데!' 이런 생각도 하면서,
혹시나 어디로 가버리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돌아오니 없다.
그래서 골목으로 살살 들어가 냐옹아~했더니
"뭐야, 아직 집에 안 갔나?"
약간 경계하는 듯도 하고, 그렇다고 딱히 도망가지는 않는 녀석.
그런데 녀석이 앉은 곳 앞에 어쩌면 고양이를 챙기는 듯한 흔적이 있다.
이끼 끼었지만 물통 하나와(며칠 전 내 방의 브리타 정수기 수조에도 이끼가 끼어 몹시 당황했는데 얘 물통도...ㅠㅠ)
(옆 참치 캔은 내가 임시로 놓은 것)
비록 비어있지만 일회용 접시도 하나 있다.
어쩌면 생선 뼈 같은 거라도 있었을지...
그렇다고 남의 집 빈 그릇에 덜컥 참치를 까 놓긴 뭐시기하고
캔 째로 두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나마 동네 눈치 조금 덜 보일 것 같은 종이타월을 깔고 캔을 엎었다.
엎자마자 바로 내려와서 먹었다. 정말 1초도 걸리지 않고.
그럼 편히 드시오, 나는 캔을 버리고 가리다, 하며 쓰레기 버리고 오다 보니
한 녀석이 더 와서 같이 먹고 있었다.
똑같은 무늬인 것이 혈연관계일 것 같다.
내가 쳐다보니 도망가려던, 나중에 온 녀석.
야, 나 가니까 편하게 먹어.
......
지금도 가방에 사람 먹는 참치 캔이 들어있긴 한데
아무래도 다시 (싸구려) 고양이 캔을 갖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길고양이들이 내가 준 뭔가를 먹는 걸 봤다.
고양이들에겐 사람 먹는 음식 또 먹은 오후였겠지만
나에겐 가벼운 동정심이라도 쓸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저곳마저 바로 몇 미터 옆처럼 좀 있어보이는 아파트를 지어댄다면,
쟤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게 될까...
무사히 길을 건너 산으로 가면 좋겠지만...
나는 낡은 동네가 오래 있으면 좋겠다.
이끼 낀 물통이거나 뭐거나 있고
고양이들이 마음 편히 앉아있을 수도 있고,
못사는 사람들도 멋진 새 아파트단지에 집을 내주고 나가지 않고 그냥 살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