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2014. 8. 13. 19:41
201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는 카페꼼마 내의 광고판을 보고 꺼내들었다.
단편소설집인데, 방금 첫 작품과 끝 작품을 읽었다.
끝 작품은 이 책 제목이기도 한 '디어 라이프 Dear Life'
자전적 이야기인가 본데, 읽고 뒤 해설을 보다가 울컥 눈물이 올라왔다. (눈물을 흘리며 운 것은 아니다.)

본문부터 그랬다.
-어머니의 마지막 순간에도 그리고 장례식에도 나는 집에 가지 않았다. 내게는 어린 자식이 둘 있었는데 벤쿠버에는 아이를 맡길 사람이 없었다. 우리는 거기까지 갈 경비가 없었고 내 남편은 의례적인 행동을 경멸했다. 하지만 그것이 왜 그의 탓이겠는가. 내 생각도 같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이 소설의 끝부분이다.

중간에 어머니가 파킨슨병에 걸려서 화자에게 한 이야기 중에 정신이 온전치 않았던 이웃 할머니 얘기를 하던 중 그 할머니가 어떻게 되었는지 묻자
-"사람들이 데려갔지. " 어머니가 말했다. "그랬을 거야. 혼자 외롭게 죽지는 않았어."

하는 대목이 떠올라 더욱 울컥하고 말았다.


그리고 눈물까지 올라올 정도로 여기에 보탠 해설.
 -'자갈'의 주인공은 시간이 한참 지난 지금도 언니가 물에 빠져 죽은 사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어한다. 주인공이 찾아간 심리상담가, 주인공의 애인, 과거에 그녀의 어머니와 동거한 닐이 그 기억에 대해 나름의 해석을 내놓지만 결국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기억은 여전히 정착하여 내려앉지 못하고 허공에 매달린 듯 주인공의 마음속에 매달려 있다.
......결국 먼로가 말하는 시간과 기억은, 그 시간과 기억이라는 것이 '지금의 당신'과 어떻게 충돌하는가이다.


누구에게나 그럴 것이다. 시간과 기억, 그것들은 벽에 걸린 액자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의식하는 순간 해석하게 되고,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진다.
내 기억, 내 시간, 그 모든 것들이 내가 보는 각도에서, 내가 의식하는 순간에 나에게 작용한다.
눈을 돌리면 다시 지금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자유를 꿈꾼다.
혹은 지금의 나와 너무 세게 충돌하지 않기를.




 

Posted by 오온이
카테고리 없음2014. 8. 11. 21:25

 

내 상태는 폐인모드, 그러나 찾아 온 카페는 초 세련.

단독주택을 개조한 로스팅 카페다.

그리고 와서는 계획과 달리 블로깅에 많은 시간 할애...-_-

 

 

 

아이스 아메리카노 값 낼테니 에스프레소랑 얼음잔 따로 달라 했는데

에스프레소 값만 받으시었다...ㅠㅠ

 

그리고 원래 쿠키 하나 준다고 메뉴판에 써 있는데

마카롱이 나왔다!

 

 

우오오!! 에스프레소 맛있다!!!

 

 

 

인테리어가 멋진데, 바깥과 안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있는데,

로스터 있는 곳이며 다 멋진데,

폰카는 참 어떻게 이렇게 이상하게 찍힐 수 있단 말인가...

 

 

 

이게 아니라고! 테라스 진짜 괜찮다고!!!

 

 

 

...

쿠폰도 나름 예쁜데...

 

 

 

 

 

배가 터지게 밥 먹고 후식까지 먹고 나왔는데

이 버터 익는 냄새가 사람 미치게 한다.

 

아무래도 오늘 또 뱃가죽 찢어질 것만 같다.

 

 

 

 

-

일은, 10일이 넘어섬과 동시에 정말 한가해졌다.

그리고 나는 기동성을 위해 구입한 새 노트북도 세팅이 되었다.

(겨우 '엑셀이 안 돌아가는' 문제 때문에 이전에도 몇 시간씩, 그리고 지난 금, 토, 일 꼬박 사흘을 통째로 투자했다.)

 

이제는 내 공부에 시동을 걸어봐야 할 것 같다.

내가 생각한 일에 필요한 최소의 적응과 준비는 한 듯 한 느낌이라...

 

당연한 말이겠지만, 여기 일은 완전해지는 것이 없다고 한다.

끊임없이 무언가 익혀야한다는 것.

현역에서 열심히 일한지 십 년차인 분도 새 영역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

 

그래서 업무시간은 더 긴장감있게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그 긴장감과 들은 풍월로 살아있는 공부를 할 수 있길 기대하고 있다.

 

 

 

 

화장실-우리 자취방과는 비교 불가, 고향 집과도 비교 불가로 좋은- 다녀오다 내 자리 뒤로 보이는 벽 색감이

왜인지 제인 오스틴 소설이나 Anne of green gables가 떠올라서 찍어봤다.

...왜기는, 서양 분위기로 한 거니까 그렇겠지! ^^;

 

 

행복하다, 행복하고 싶다.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4. 8. 11. 20:38

 

무슨 맛?

내가 주는 거 먹는 고양이 보는 맛!

 

 

 

칼퇴 중이었다.

늘장 옆으로 지나가는데 눈에 띄는 분이 계셨으니,

"그루밍 중이시다옹~"

 

한 눈에도 병든 것 아닌가 싶은, 마르고 깨끗하지 않은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

내가 멈춰 서서 저를 보며 말을 걸자 흘낏 보더니 하던 그루밍을 계속 한다.

 

이 더운데 피부병까지 있는 굶은 고양이, 라는 생각이 드는데

내가 괭이들에게 하는 건 겨우 뭐라도 좀 먹이는 것뿐...

 

급히 조달할 수 있는 것으로 사람 먹는 참치(짜겠지만 ㅠㅠ)를 사왔다.

'아, 물도 한 병 살 걸! 아, 사무실에 테이크아웃 컵 씻어둔 거 있는데!' 이런 생각도 하면서,

혹시나 어디로 가버리지 않았을까 조마조마하면서...

 

돌아오니 없다.

그래서 골목으로 살살 들어가 냐옹아~했더니

"뭐야, 아직 집에 안 갔나?"

 

약간 경계하는 듯도 하고, 그렇다고 딱히 도망가지는 않는 녀석.

그런데 녀석이 앉은 곳 앞에 어쩌면 고양이를 챙기는 듯한 흔적이 있다.

 

이끼 끼었지만 물통 하나와(며칠 전 내 방의 브리타 정수기 수조에도 이끼가 끼어 몹시 당황했는데 얘 물통도...ㅠㅠ)

(옆 참치 캔은 내가 임시로 놓은 것)

비록 비어있지만 일회용 접시도 하나 있다.

어쩌면 생선 뼈 같은 거라도 있었을지...

 

 

 

 

그렇다고 남의 집 빈 그릇에 덜컥 참치를 까 놓긴 뭐시기하고

캔 째로 두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그나마 동네 눈치 조금 덜 보일 것 같은 종이타월을 깔고 캔을 엎었다.

 

엎자마자 바로 내려와서 먹었다. 정말 1초도 걸리지 않고.

 

 

 

 

 

 

그럼 편히 드시오, 나는 캔을 버리고 가리다, 하며 쓰레기 버리고 오다 보니

한 녀석이 더 와서 같이 먹고 있었다. 

 

 

 

 

 

똑같은 무늬인 것이 혈연관계일 것 같다.

 

내가 쳐다보니 도망가려던, 나중에 온 녀석.

야, 나 가니까 편하게 먹어.

 

 

......

지금도 가방에 사람 먹는 참치 캔이 들어있긴 한데

아무래도 다시 (싸구려) 고양이 캔을 갖고 다녀야 할 것 같다.

 

오랜만에 길고양이들이 내가 준 뭔가를 먹는 걸 봤다.

고양이들에겐 사람 먹는 음식 또 먹은 오후였겠지만

나에겐 가벼운 동정심이라도 쓸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다.

 

 

그러나, 저곳마저 바로 몇 미터 옆처럼 좀 있어보이는 아파트를 지어댄다면,

쟤들은 도대체 어디로 가게 될까...

무사히 길을 건너 산으로 가면 좋겠지만...

 

나는 낡은 동네가 오래 있으면 좋겠다.

이끼 낀 물통이거나 뭐거나 있고

고양이들이 마음 편히 앉아있을 수도 있고,

못사는 사람들도 멋진 새 아파트단지에 집을 내주고 나가지 않고 그냥 살 수 있도록...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