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2012. 6. 8. 05:21

날이 밝아오려는 늦은 새벽, 밖에서 고양이들의 괴성이 들리길래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큰냐옹이일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에게 당했을 수도 있다.

고양이 싸우는 소리야 가끔 들을 수 있지만,

몸도 통통하고 다른 고양이들 앞에서도 당당한 보리 모습만 생각할 땐 사실 그렇게 걱정되진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큰냐옹이가 며칠 새 두 번이나 피를 묻혀와서 영 맘이 편치 않은데 이렇게 큰 소리가 나다니.

 

창문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놀이터 앞일 것이다. 그렇게 큰 소리를 내곤 다들 또 지하주차장이나 건물 아래 어딘가로 들어갔겠지......

 

큰냐옹이는 어떤 밤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내가 편히 쉬고 있는 동안 큰냐옹이는 두렵고 힘든 밤을 보낸 건 아닌지.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너무 미안하다.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슬프다.

 

평화로운 이 아파트 단지도 고양이들에게는 뺏고 뺏기는 삶의 영역이고 누군가는 또 죽고 태어나는 곳임을 다시 생각한다.

 

엄마가 몇 번이나 하신 말씀이 두렵게 생각난다.

"저 녀석이 어느날부터 안 오기 시작하면 (우리 마음은)어쩌나."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2. 6. 7. 07:00

창문을 열어놓고 누워 있으니 고양이가 사료 먹는 소리가 들렸다.

그래서 현관문을 열고 나가니 또 앞다리에 상처가 난 큰냐옹이가 밥을 먹는 중이었다.

 

 

 

 

 

 

오늘따라 더 말라보이는 녀석.

파우치 하나라도 줘야겠다 싶어 급하게 뜯어 그릇에 털듯 쏟아부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내 손이 코 앞에 있거나 말거나 얼른 와서 먹는다.

 

 

 

 

 

 

순식간에 저렇게 비어버린 그릇.

 

 

 

 

 

 

사료 더 줄까 싶어 파우치 봉투를 옆에 놓고 일어서서 사료 더 꺼내줬더니

사료는 쳐다보기만 하고 무시.

관심 가지는 것은 빈 파우치 봉투다!

 

 

 

 

 

 

입구에 덜 나오고 묻어 있는 게 있었지! 날름날름~

 

 

 

 

 

 

아예 앞발로 누르고 열심히 핥는다.

 

 

 

 

 

 

그러더니 역시 빠른 큰냐옹이, 뒤돌아 서는 것도 빠르다.

 

잘 가. 다치지 않게 좀 조심하렴!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2. 6. 6. 23:30

 

복도 난간과 엘리베이터 기둥 사이의 틈으로 밖을 내다보고,

계단 쪽도 바라보면서 시간을 보내던 보리.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했지만 왠지 말을 걸기가 미안해서 뒷모습 사진 한 장만 찍고는

나도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