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시간에야 보리님 오셨기에 급히 사료만 부어 드렸다.
검은색 뚝배기 물그릇 옆에는 항상 그렇듯 밥그릇을 씻어 엎어 뒀는데
미처 치우지 못했다.
밥이다냥밥이다냥
오늘따라 꼬리가 가만히 있질 못한다.
꼬리 계속 살랑살랑~
막간 자랑-오늘은 보리 양말이 깨끗하다!
어제 블로그에 '작년에는 발도 깨끗했었다'고 했더니 욘석이 내 블로그를 봤나...
오랜만에 하얀 발로 왔다.
그러더니 옆에 밥그릇이 걸쳐져 있어도 개의치 않고 물을 마신다.
그래 보리야, 물 많이 마셔야지. 우리 보리의 좋은 버릇이다.
사진으론 좀 불편해보이는데 실제로는 그릇에 얼굴이 들어가고도 남는 공간이 있었다.
그러다가 깜짝, 바깥 보고.
괜히 반대쪽도 보고
고개가 왔다갔다한다.
물이랑 밥이나 마저 드시라옹!
양말은 깨끗한데 사진 찍어서 보니 몸통이 안 깨끗해서 '깔끔 보리' 재등극은 실패......
딱 일 년 전이다.
대대장 다음으로 나이 많은 노병-_-으로 늦깎이 입대 직전이었던 동생과 내가 새벽까지 수다를 떨다 보면
보리가 내 방이 아닌 동생 방 창문 아래에서 우리를 불렀다.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보리와 눈이 마주치는데 그때의 귀여움이란!
아버지 휴대폰에 저장된 사진이 있길래 반가워서 올려본다.
'누구 오는 거 아니지?'
복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잡으면서 경계심 있는 척은 한다.
'내가 원래 날 밝을 때 다니는 스타일은 아니라서 말이야~'
요땐 보리 정말 깔끔했다. 사진도 푸딩카메라 앱인가? 뽀샤시 모드로 찍긴 했지만
실제로도 참 깨끗한 고양이였다. 얼굴 세모꼴에 티끌 하나 없는 건 물론, 양말도 우유색!
언제나 그렇듯 구석에 가서 눕기도 하고.
이때도 뚱뚱하다고 동생에게 놀림받았었다.
동생이 기르던 고양이도 날씬하진 않았는데......
2009년 봄에 태어났으니(그때 작았으니까) 이때 이미 두 살이 넘었는데 내 눈엔 아기같다.
어릴 때 사진도 찍어놨었는데 파일이 어디로 다 가버렸는지 카메라에도 없고, 컴퓨터에도 없고...
보리는 어릴 때부터 쭉 사료 먹었으니까 오래 살 거라고 믿고 싶고 건강하게 오래 와 줬으면 좋겠다.
근데 보리야, 출근 시간 좀 예전처럼 지켜줄 순 없겠니? 식구들이 애가 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