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아, 보리 새끼들, 아로야아아
불러봐도 아무도 답이 없어서
작은 처마 밑에 밥을 두고 들어가려는데
갑자기 난리가 난다.
"급식기야, 우리 여깄다냐아아아아아아아오오오오오옹~!!!!!!!!!!!!"
니야아아아아아앙
미야아아아아아아아
대범이와 보리 새끼들이 차 밑에서
누가 이 동네 고양이 다 굶겨 죽이기라도 했다는 듯이 울어댔다.
밥 저기 있어! 어여 먹자! 하니
대범이만 쪼르르 와서 먹는 척을 한다.
보리 새끼 한 마리도 와서 먹기 시작하는데
다른 녀석들이 쉽사리 안 오고 계속 울어댄다.
여기 밥 다 부어놔서 가지고 가기도 어려운데......
너네가 얘들처럼 몇 걸음만 와서 먹으면 안 되겠니?
봐, 초밥처럼 몸 말고 밥 잘 먹잖아~
집에 오니 곧 보리여사도 소리를 질러대시었다.
"누가 내 새끼보고 초밥이래?"
얘들 오늘 왜 이리 시끄럽다니~
밥 먹자~
화단에서 부스럭거리며 나와서 기지개를 펴고 앉은 보리 새끼들.
네 군데에 나눠 부었는데 한 녀석이 안 먹고 차 옆에서 저러고 있다.
'못 먹는 게 아니야, 안 먹는 거야...못 먹는 거 아니야...'
나는 아로한테 간다~
그러고 발걸음을 돌려 아로한테 와서 아직 밥도 덜 부었는데
(아까 그 차 옆의 보리 새끼) "아로줌마, 저랑 밥 같이 먹어요!"
(아로) "왔니? 먹자."
남들이 보면 너네가 모녀지간인 줄 알겠다.
요즘 대범이가 잘 나오곤 하는 장소.
아파트 복도 아래 공간인데 누군가 박스를 몇 개 갖다 놓았다.
(사진 찍고 나서 내 맘대로 배열을 바꿔놔서 지금은 좀 달라졌다.)
우리 대범이가 이 추위에 종이 박스 사이에 있다니...
잠은 어디서 자니? 산에서? 지하 주차장에서?
"좋은 집이라도 지어 주든가!"
미안해, 너무 미안해.
건강하게, 무사히 이 겨울 나 보자. 꼭!
"알았으니 스틱 어여 놔라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