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2016. 2. 16. 01:10

지난 연말 휴가 때, 전날 밤에 내가 집에 와 있단 걸 알고는 아침에도 찾아온 대범이!

배도 별로 안 고프면서 먹는 척을 했다.
문만 닫으려면 뭐 먹는 척...
연기 너무 뻔뻔해~

저렇게 똥꼬까지 그루밍하고는 내 손을 핥아주는 거지. 기집애.

양력 연말연시는 정말 대범이와 함께 했다.
그런데 저렇게 깜찍 떠는 애를 지난 음력 설 연휴에는 못 봤다!!!

적극적으로 찾지 않은 탓이겠지, 건성으로 불러도 잘만 찾아오던 애를 또 건성으로 부르니 이번엔 안 와서
(아버지께서 뒷산에 뒹굴고 노는 걸 보고 부르셨다는데도 안 왔다. 그래서 혹시 잘못 보신 게 아닌가 했다.)

혹시나...요즘 워낙 뜸하게 온다고는 들어도 혹시나, 하며 슬퍼했는데 어젠 또 왔었단다.
귀염 좀 떨고 적당히 먹고는 갔단다.

역시 우리집 말고 나도 전에 본 그 녀석이나, 아니면 이 동네에 널린 또 다른 누군가 새 급식기가 더 좋아진 게야, 라고 (나 좋을 대로) 생각하게 된다.

먹는 것에도 환장 안 하고, 가끔이라도  발랄하게 나타나 주고, 잘 지내는 듯이 보여서 더 고마울 수 없지만...그래도 다음엔 꼭 만나자, 대범아! 언니가 항상 미안하고 고마워.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5. 12. 11. 01:51


늦은 밤, 동교동삼거리에서 내려 연남동 제닥 앞으로 오는데
불 꺼진 문 안으로 노랑이 한 마리가 보였다.

안뇽안뇽 손 흔들고 둘이 좀 놀다가
낙엽 들고 유리문 앞에서 괭이 사냥 좀 했더니
제닥 고양이 넷이 어느새 다 안에서 나와서는 내 사냥에 포획돼주었다.

안그래도 대범이며 보리며 다들 그리워 죽겠던 참인데, 위안이 되었다.

저녁 때는 자고 있을 때가 많던 녀석들이
오늘은 반짝 눈 뜨고 있는 걸 보니
다들 상당히 예뻤다.
제닥...고양이를 외모 보고 키우고 있었어...
Posted by 오온이
카테고리 없음2015. 12. 4. 15:25

갑자기 더 추워진 날씨도 한 몫 했을까, 싸늘한 몸과 마음이 간간이 타오르는 이유 모를 분노 끝에 더 얼어붙는 날들이다.

출, 퇴근 외에 하는 것은 두 가지, 어마어마하게 먹는 것과 자는 것. 그런데 자는 것은 지각을 감수하고 누워있다 집히는 옷만 입고 맨 얼굴로 나가더라도 평일엔 예닐곱 시간이다. 소화시키지도 못하게 먹고, 잠은 원하는대로 못 자고, 추우니 웅크러들기나 하고, 이래저래 몸이 고생이다.

 

단 한 번도 제대로 누려보지 못한 점심시간을 또 그냥 보내는 게 억울해서 포털 창을 띄웠다가 장하성 교수의 새 책 출간과 관련된 인터뷰를 읽었다. 아니 다 읽기 시작하니 금세 공부가 하고 싶어진다. 제대로 된 공부, 언 손을 쥐었다 폈다 하면서도 책장을 넘기고 눈을 빛내며 뇌를 가동시키는 공부. 뜨거운 커피 한 잔 두고 푹신한 소파에 앉아 읽는 어려운 책도 얼마나 좋은가. 그런데 나는 모니터 앞에 바특 들어앉아 칸칸이 채워진 숫자만 들여다본다. 그리고는 가스비 아낀다며 보일러 꺼 둔 냉장고 같은 방에 들어가서 솥 가득 끓여둔 곡식을 퍼먹어대다 전기장판 켠 침대에 모로 누워 자고는 그 방을 나선다. 그렇게 지내고 있다. 밤이면 아침이 오지 않길 바라고, 아침엔 이게 아침이 아니길 바라면서......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