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2016. 10. 18. 23:36


사진은 사색에 잠긴 대범이.




생각난 김에 기록해두려고 다시 들어왔다.


지난 여름, 고향의 한 대형마트는 유독 닭을 싸게 파는 날이 많았고

마감시간을 잘 노린 부모님 덕에 냉장고에 생닭 몇 마리씩 항상 대기하는 사치를 누리게 되었다.

집에 가면 엄마표 닭백숙을 비롯해 닭 요리를 실컷 먹는 호사를 나도 누렸지만

대범이 수리 모녀도 좋아하는 닭을 질리도록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단순히 삶거나 굽는 것으로 반복되던 고양이용 고기 요리에서 조금은 발전해


1. 백숙으로, 물을 충분히 넣어 뼈째 푹 삶은 물에 살코기를 넣어 주면

고기와 국물 모두 맛있게 먹고, 어린 고양이나 늙은 고양이, 물을 잘 먹지 않는 고양이 등

고양이 상태나 취향에 비교적 구애 없이 영양식을 먹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 그리고 고기를 구울 경우

후라이팬에 5~7밀리미터 이하의 크기의 정육면체로 잘게 썬 고기

-연령 등 고양이의 치아 상태에 무관하게 먹일 수 있고, 건강한 성묘도 보다 쉽게 먹는다.-를

빠르게 겉만 살짝 익힌 후 물을 약간 부어, 겉이 딱딱하게 마르지 않게 찌듯이 굽는 걸 대체로 좋아했다.

표면이 딱딱하게 굽힌 것은 다들 좋아하지 않았고, 

아예 백숙처럼 푹 고은 것이 아니라면 다 익힌 고기보다는

오히려 속에 붉은 기가 있게 구운 것을 가장 선호했다.

저 정도로 익혀서 기생충 감염의 위험이 있지 않은지는 모르겠다...(비록 길 생활이긴 하지만...)

돼지고기는 다 익혀서 줬고, 닭이나 소는 미디엄 레어로 굽는다 생각하면 가장 좋아했다.

그리고 비계는 남기는 경우가 많고, 살코기에 껍질이나 기름기가 조금 붙어있는 부위부터 주로 먹는다.

섞어주든 분리해주든 골라서 순서대로 먹는 귀신같은 입들...

(냄새로 검사-표면 국물 핥기-기름기 조금 있는 살코기 섭취-살코기-그러고도 배가 안차면 기름기 많은 부위 먹기-그릇 바닥 국물 핥기 순서.)



3. 생선의 경우

모녀지간으로, 약 1년의 연령 차이가 있을 뿐 같은 길 생활을 하며 같은 급식을 해 온 대범-수리 모녀도

생선에 대한 취향은 확연히 달라서 대범이는 조기에 환장하고 수리는 한 두입 대는 게 고작이다.

(돼지고기는 반대로 수리가 다 골라먹고 대범이는 남긴다.)

생선은 대부분 짜니까 건강에 좋지 않겠지만 가끔 우리 (사람)가족 상에 조기가 오를 때면

엄마가 대가리를 비롯, 손으로 으깨 뼈를 골라내 주시는데

대범이가 조기만은 구울 때부터 부엌에 대기한다.

(그것도 크기가 좀 큰 침조기는 시큰둥함. 그건 우리집 사람들 입도 마찬가지.)




이렇게 쓰면 조금은 잘 먹이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우리 부모님은 적은 생활비로 지내시며 무리하게 장을 보지 않으신다.

사람이 먹는 것에서 조금씩 덜어내면 고양이 두어 마리에게 한 끼씩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굳이 비싼 식재료를 꼭 더 사야한다거나 하는 부담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우리 엄마의 경우, 요리할 때 고양이들 고기를 따로 썰어두시고

작은 후라이팬에 재빨리 구워내서 식혀 주셨다.

대범이가 밖에 나갈 때나, 음식물 쓰레기 버릴 때, 하루에도 몇 번씩 드나드는 산책길에

작은 접시에 덜어 둔 음식을 갖고 나가서 고양이들을 불러 먹이신다.


입 짧은 순위는 1. 수리-2. 대범이고, 이 둘이 남길 경우에는 공동 급식소에 가면 다 없어진다.

그리고 씨리얼 형태의 건사료, 캔, 포장된 닭가슴살도 구비해두고 먹이는데

우리보다 나중에 문을 연 옆 동 급식소 사료가 나은지 고양이들이 많이 이사를 가버렸었다.

하루 두 번도 그득하게 채우던 우리 급식소에 어느날부터 건사료 따위가 남아돌다 

며칠 만에 건사료에 곰팡이까지 슬어 사료를 버리기를 몇 번 반복했고,

새로 생긴 옆 동 급식소+공동주택이 고양이들 핫플레이스라는 소식을 접한 후 폐점을 결정한지가 한참이다.

(아로도, 이름 모를 눈에 익은 녀석들 모두 옆 동으로 이사. -_-)

그 이후로는 20킬로짜리 건사료 구매는 멈췄고, 사료 5킬로 포장, 국산 캔(그나마 태국산에서 업그레이드),

시아와세 닭가슴살로 고정 메뉴를 정착한 상태다.


그 소식을 들은지는 한참이고, 지난 여름에 아파트 산책을 하며 보니 예전엔 분명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아파트 각 동마다 고양이 급식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밖에서 고양이 밥을 주다 마주친 이웃들이 말씀해 주시길

각자 본인이 사는 동에 급식소를 관리하고, 열성적인 분의 경우 병원에 입, 퇴원도 시키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가족은 거의 대범이, 수리 모녀에게 정을 나누고 의존한다.

문 닫고 지내면 누구 하나 인사할 일 없는 아파트 생활이 아니라

괜시리 베란다 밖을 내다보게 되고 

핑계 김에 규칙적으로 집 밖에 나서서 산책도 하게 되고

쥐 잡아 입에 물고 자랑스러워하는 고양이에게 칭찬도 하면서

그 입에 맛난 거 먹이는 즐거움도 나누는 기쁨을 얻었다.


우리 남매가 왔다 떠나간 날에도 대범이는 엄마 가슴 앞에 누워 우리 모두를 위로해준다.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6. 10. 18. 22:48


휴대폰에 어찌 대범이 사진 뿐이다.

엄마가 나더러 너는 대범이 편애한다고 하시는데, 맞는 말인지도.


어떤 날은 굳이 현관에서 밥을 드시기도 하고.

(저기서 야옹거리는 것은 '현관문을 열어 두고 내가 마음대로 드나들도록 하라' 는 강력한 주장이다.

그런데 저 위치에서 밥 먹는 일은 거의 없는데, 신기해서 찍어두었던 듯 싶다.)

​고개를 박고 먹고 있는 건 닭백숙. 고기 건져 먹고 국물 드시는 장면인 듯.



지가 언제 눈치를 봤었다고, 이불 위에 올라올까 말까를 고민 중인 때도 있다.

​이날의 결론은 대범이가 이불 위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

내가 밖에 나가는 대범이를 바래다주는 게 그녀의 바람이었다.

집에만 가면 나를 꼭 밖에 끌고 나가려는 대범이. 대범이 덕에 바깥 공기 쐰다.



그러다 방 한 구석에 둘둘 말아둔 이불 위에 아주 조심스레 올라가기도 하고.




이젠 대범이에게도 수리에게도 나 따위는 우선 순위의 인간이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의 무한 애정과, 어느 고양이에게든 서로 맛난 먹이를 가져다주고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환경에는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범이가 나를 이렇게 찬밥 취급할 줄이야 몰랐었지......

하도 돌아다녀 우리 고양이이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한 대범이.



+한때 띄엄띄엄 오기도 했다는데,

언젠가부터는 우리 집냥이처럼 체류 시간이 꽤 된다.

24시간 중 6~7번을 드나든다. 나간다고 현관 앞에서 앵, 왔다고 현관 밖에서 앵.

꼭 현관문을 열라고 야옹거려서는 바깥을 돌아다니니 여전히 길냥이라고 해야할 거다.


대범이와 수리 모녀가 바깥에서 미친 듯 달리고 높은 나무를 타며 즐거워하는 걸 보면 자유가 좋은 듯 싶고,

주차장에 다니는 차들을 보면 불안하고,

다른 외로운 이웃들이 이 모녀에게 간식거리를 주고 노는 모습을 보며 작은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땐

마치 이 아파트 단지의 한 세대 같은 느낌을 준다.


혼자 서울 와 있으니 또 보고싶다.

비록 날 찬밥 취급할지라도 얼마나 고마운지.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6. 4. 28. 14:49

대범님이 내 다리 위에 올라와서 주무시기에 쥐났는데 못 움직인다.

집에 와서 놀고 있으니 대범이가 하루에 몇 번도 온다.

아...자세 바꾸고 싶어...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