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2012. 8. 5. 01:02

 

일단 사진부터.

"여기가 우리 집이다냥~"

 

뜨아아!!!

 

 

 

 

 

고양이 두 마리님께서 이 사진을 보시곤

저 그릇과 우산이 뭘까, 하시기에 그제서야 깜짝 놀라서 나가봤더니

 

 

 

 

 

구석으로 파고 들어가야 나오는 요런 공간이 있었다!

누군가 일부러 가져다 놓은 게 분명한 나무 깔판,

어떻게 고정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비 피할 우산,

그리고 아주 깨끗한 밥그릇과 물그릇!

맑은 물이 하룻밤은 충분히 마실 만큼 담겨있었고

밥그릇에는 사료 먹은 뒤의 약간의 기름기가 남아 있었다.

"너 주거침입하냥!"

 

 

 

옆에 그 아깽이도 놀고 있고,

내가 눈 인사를 하니 어미는 깜빡, 빨리 해서 내 인사를 받아 준 건지 모르겠지만

지난 번엔 카악 하기도 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그러진 않아서 그것만으로도 고마웠다.

 

그래서 나야 뭐,

이번엔 땅이 아니라 그릇에 사료 좀 채워주고,

몇 마디 한 뒤에 안냥안냥~손 흔들면서 나와서 내 갈 길 갔다.

 

지난 번에 이 앞에서 내가 얘들 밥 주려고 부르고 찾을 때

어떤 할아버지께서 웃으시면서 뭐 찾냐고 자꾸 물으셨는데

혹시 그분?

 

누군가 어미와 새끼 고양이를 위해 이렇게 해 주신 걸 보니

갑자기 우리 동네가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결론 : 우리 동네 좋은 동네.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2. 8. 4. 08:18

 

이 말라 비틀어진 게 뭐야, 설마 고양이?

 

물그릇에다 물 담아놓고 오니 나를 부르며 내 쪽으로 오는 아로.

이리 와, 이리 와, 하며 구석으로 부르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시다 아로 한 번 보고, 나 쳐다보고,

그러더니 내가 밥 주는 거 구경하고(웃음 소리도 한번 내시고) 가셨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그냥 당당하게 줬다.

"급식기야, 밥 줘. 나 배고파. 정말 배고파."

 

잘 만났다. 너 구충제 못 먹은 건지,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요즘 예전보다도 더 마르는 것 같아서

다시 구충제랑 엘라이신 가득 퍼담아 왔다.

 

 

 

 

 

"알았으니까 캔 좀 빨리 따."

 

 

 

 

 

잠깐, 오늘 밥 사진 한 판 찍고.

왼쪽 컵엔 사료 세 컵 반+구충제+엘라이신 무려 2알.

오른쪽은 물 담아왔던 컵이고, 160g짜리 체리쉬 캔 두 개.

 

 

 

 

 

부어두고 일어서니, 다른 사람도 지나가서인지 또 움찔한다. 녀석. 

"빨리 밥상이나 차릴 것이지, 별 것도 아니구만 기념사진 찍고 앉았냐옹."

 

미안타.

그렇지만 엄연히 내가 산 거니까

입으로는 떠들지 말고 먹기나 하길 바란다.

 

 

 

 

 

"사진으론 얼마나 마르게 나오냥?"

 

심각한 환자같이 나와. 심각해.

 

 

 

 

 

그리고 장소를 이동해 가다가 여차저차...(오늘 아침엔 동선이 좀 길었다) 발견한 녀석.

"넌 뭐냥!"

 

나? 좀 전에 여기서 달려나간 삼색이 밥 줬던 사람. 

넌 수컷인 것 같은데 좀 전에 삼색이가 너 싫다고 소리치고 도망간 거 맞지? 

 

 

 

 

 

"뭐 여튼 밥상 앞에선 잘 먹어야 하는 거다냥."

 

그 말은 맞다.

 

 

 

 

어째 너부데데한 것이......

익숙한 얼굴이다. 

"칭찬이냥?"

 

긍정적 사고를 하려무나.

 

 

 

 

 

그리고 며칠 전 만났던 삼색이.

그 장소에서 이번엔 차 밑에 있었다.

"요거요거...내가 요걸 어디서 봤더라?"

 

여기서.

 

 

 

 

 

새끼는 또 바로 코앞에. 

"엄마, 쟤 한 대 칠까? 아님 하악질이라도?"

 

내가 너보다 몸무게 열 배 이상 많이 나간다. 

내가 팍 드러누우면 넌 쥐포도 아니고 고양이포 되는 거야.

 

 

 

 

 

좀 살이 찐 고양이가 고양이포 돼도 맛있겠지. 

"뭔 소린지 모르지만 일단 먹는다냥."

 

 

 

 

 

살은 좀 더 찌는 게 좋겠지, 하고 좀 더 주려고 가까이 다가갔더니 

"왜 그러세요, 전 아이가 있어요.

닭도 영계가 좋다는데 고양이도 영묘가 낫지 않겠어요?"

 

......응?

 

여튼 새끼랑 굉장히 닮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언덕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깽이들을 발견하고

저기로 어떻게 갈 수 있을까, 그냥 갈까, 갈등하다가

 

운동신경 제로, 겁은 1등급인 내가

저~뒷길의 울타리를 넘어서 수풀로 들어갔더니

 

녀석들은 역시나 아깽이였고,

3미터도 넘을 법한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이자

새끼들을 품고 있던 어미가 카악 소리를 내고

새끼들은 어미 품에서 달려나가는데 하나, 둘, 셋, 넷, 다섯...몇 마리나 됐다.

노란 녀석도 있고, 검은 녀석도 있고.

 

도저히 녀석들 있는 곳까진 내려갈 자신이 없고

어미도 경계하기에

내가 있던 자리에 가져간 밥을 두고 왔다.

 

거기라면 사람이 들어가는 곳도 아니고

저도 몇 걸음 움직이면 되는 곳이니 알아서 먹겠지.

 

 

 

토요일이긴 하지만 아침부터 꽤나 피곤하다.

새 얼굴들이 보일 때마다 예쁘고 반가우면서도

가슴 한 쪽은 묵직해진다.

 

하지만 초심 그대로! 고양이들은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고양이들은 고양이들과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게 행복할 것이다!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2. 8. 2. 23:59

 

이상한 조합 같기도 하지만...

게으른 내가 오늘 가지고 나간 밥.

 

이래 보여도 몇 시간 뒤에 가니 사료 한 알, 물방울 하나 없었다.

 

 

 

 

 

그리고 오늘 집 근처 카페에서 친구를 만나고 나오는 길,

친구가 발견한 쓰레기 더미를 뒤지던 턱시도 냥이.

 

가까이 다가가자 차 밑에 숨었다.

"냐옹이 없~다냥!"

 

피식, 난 보인다냥.

 

 

 

 

 

다행히 바로 앞에 수퍼가 있어서 냥님 취향에 맞으실지 모르지만...

꽁치 캔을 하나 사서 몇 덩이 내놨는데 선뜻 차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그래서 다른 쪽에 캔 째로 놔둬 봄. 

"아오 이걸 나가서 넘어뜨려 먹어, 말어."

 

한 덩이 꺼내 주자 사진 찍을 새도 없이 낚아 채 가버렸다.

그럴 줄 알았다냥~키키.

와서 남아 있는 것도 꼭 먹어!

 

 

 

 

 

차가운 도시 여자(하지만 내 고양이에겐 따뜻하겠지)답게

한 손엔 테이크 아웃 커피잔을,

한 손엔 딴 꽁치 통조림-_-을 들고 집 근처에 오니

아로님이 계시었다.

"니가 밥 갖고 온단 직감이 와~"

 

아로님 두 덩이만 드십시오. 한 덩이는 저 언덕에다 두고 와야겠습니다.

 

 

 

 

 

갔다왔더니

"아로 아니라서 놀랐냐옹?"

 

 

 

 

 

......아까 얼음밥 네가 먹은 거 아니야?

'얼음밥이뭐냥굶어죽을뻔한고양이여깄다냥'

 

 

 

 

 

설마 네가 얼음밥을 안 먹었다고?

"(낼름)꽁치 맛 좋네! 뼈는 내가 잘 발라내니까 걱정 마!"

 

 

 

 

 

그리고 집에 와서 샤워하고 거실에 앉았더니

밖에 사료랑 물 가득 놔두고 불쌍한 소리 내시는 보리님.

"당연히 캔과 약을 범벅해서 내놓는 정성을 보여야 하는 거 아니냥!"

 

 

 

 

 

요즘 살 빠져서 얼굴 작아졌다고 울 어무이에게 동정표를 얻은 상태.

"말라죽네! 이 집은 고양이를 말려 죽여!"

 

야!!!!!!!!!!!!!!!!!!!!!!!!!!!!!!!!!!!!!!!!!!!!!!!!!!!!!!!

 

 

 

 

 

더위가 심한데 그래도 다들 잘 다녀줘서 고맙다.

 

......

그래도 새벽에는 난 잘 거다. 냐옹거리든 말든!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