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일상2017. 9. 26. 23:48

오늘 사는 동네가 단수라, 집에서 버텨보려 하다가
결국은 아랫동네로 휴대폰과 지갑만 들고 이재민 신세가 되어 나왔다.

자정에도 물이 나온다는 보장이 없다 싶어서
아예 한참 버틸 수 있는 장소를 생각하니
커피 값도 저렴한 편이고 (아메리카노 2900원), 24시 운영하는 커피숍이 떠올랐다.

그리고 여긴 외출냥이의 흔적이 있는 곳이다.


지난 번에 왔을 땐 못 만났는데 오늘은 만날 수 있었다.
하품하는 찰나에 찍혀 표정이 요상하게 나왔지만
무늬 뚜렷하고 깔끔하신 삼색이 맞으시다.


카페 안에도 사료에 물에 고양이 자리가 있고 바깥에도 캣타워와 집과 식당 뭐 여러가지가 있는데

목걸이도 하고 있는, 누가봐도 집사 있는 이 댁 고양이께서는 대부분의 시간을 출타로 보내시는지...

나같은 뜨내기 손님과 오래 놀아주질 않았다.


나 얘랑 노는 게 오늘 소망이었는데...

밤이 깊어지니 손님들은 많이 드나든다.
고양이도 좀 많이 와서 눈요기라도 시켜주면 좋겠구만...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7. 9. 22. 00:28

동네 아기 냥이들이 자고 있기에 슬금슬금 다가가니

어느새 깨서 뛰쳐나오다 기지개에 하품까지 한다.

​"호...호구왔...하아암~"



아이구 우리 아깽이 깼어? 배 안고파? 

그랬더니 대답 대신 털썩 드러누워 뒹굴거리기나 한다.

"자다 깨서 배고프다는 건 아니고, 근데 안 고프다는 것도 아니고."


요래봬도 밥숟가락(인간에겐 티스푼이지만 고양이에겐 밥숟가락) 꼬박꼬박 다 받아먹고 

접시에 주면 접시에 올라타서 먹는 근성이 있다.



사진은 8월 말.

결론(?)부터 말하자면 얘를 포함한 형제 셋은 동네 어느 집에 입양되었다고 소문이 났다.

내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토요일 오전 세 시간 만에 갑자기 사라진 것, 아픈 데는 없었고 독립하기엔 이르고 시신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소문대로 입양되었기를 기대할 수도 있으리라.

앞으로도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그 가족과 잘 지내기를.

로드킬도, 추위, 더위도 없는 집에서 사랑받으며 그야말로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길 바란다.



Posted by 오온이
대범이네2017. 9. 11. 20:30

집에 내려간 날이던가, 여름이라 현관도 방충망 문만 닫아놓고 삼겹살을 구워 먹으려는데
한분이 오신다.

어, 너 또 방충망 뚫고 들어왔어?

"아니 고기 굽는 냄새는 나는데 말이야! "

"그럴 거면 불러야지! 니들끼리 먹냐? 응?"
마구 야옹야옹 성질을 내며 들어왔다.

현관 방충망 뚫고(천으로 된 방충망 아랫부분을 들어올려서 드나드는 걸 우리 집에서는 '뚫고 다닌다' 고 표현.) 다니는 거 너덜너덜해진다고 가급적 못하게 하(려고 말은 한다는데 냥님은 개의치 않으심)는데 그런 거 뭐라 하지도 못했다.



야 이냔아 언제 너 안 주더냐,
어디 뜨겁고 기름 흐르는 채로 먹어봐라, 자!
엄마 잔소리와 함께 접시를 받았으나
뜨거우니 살짝 후퇴한다.

그렇지만 결국은 잘 먹고 문도 열어달라고 하고 모두 원만히 해결되었다,는 그날의 결말.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