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론'에 해당되는 글 4건

  1. 2017.09.07 샤론이 이야기-프롤로그 8
대범이네2017. 9. 7. 08:00

(6월 6일의 샤론이. 정면이 제대로 나온데다 볼도 통통하니 예뻐서 증명사진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찍지 말라고 하악질하는 직전의 모습이다.)

 

샤론이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올해 봄에 태어나서(3월 24일이랬던가...바보같은 나는 또 생각이 안 난다.), 지난 8월 12일에 세상을 떠났다.

아주 똑똑하고, 나무 타기를 좋아하고 또 잘했으며, 어미로부터 '컸으니 독립해 떠나라'는 구박을 받으면서도

우리 아버지가 편들어준 것 때문인지 어미, 외할머니와 함께 있었는데,

(죽고 난 다음에야 이웃으로부터 들은 얘기지만) 주차장에서 후진하는 차에 치어 앞발을 다쳤고,

다친 샤론이를 발견한 아버지 어머니가 애를 붙잡지 못해 병원에 못 데려간 채로 며칠을 보낸 뒤에

겨우 병원에 데려갔을 때는 이미 늦었었던 거였다.

(아마 7월 21일 새벽 사고, 23일 일요일 집에 왔던 것 아닌가...처음 링거 꽂은 사진을 받은 건 25일이다.)

다리는 못 고치고 돌아왔다가 굶으니 링거를 꽂아 며칠 버티고, 며칠 뒤에 또 힘이 없어져서 다시 링거 꽂고는

나흘은 잘 먹고 누고 놀다가 반일 정도를 다시 입맛 없어하더니 결국 완전히 굶기 시작해서는 결국 떠났다.

 

 

 

------------------------------

샤론이 얘기를 쓰려고 하니, 이게 내가 직접 본 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다 겪고 나서 조각조각 얘기를 들은 거라 정리가 쉽지 않았다.

내가 곁에 있었다면 또 가슴이 더 아파 쓰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원래 정리가 잘 안 되고 횡설수설하는 나의 한계를 받아들여서

일화의 나열이라도 써 보려고 한다.

 

 

이 사진은 맨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대범이, 혀 내밀고 있는 수리, 앞에 흰 장갑 상큼이, 꼬리 세우고 있는 삼색이가 샤론이.

가족의 행복했던 한 때다.

이때만 해도 샤론이가 수리보다 덩치가 확실히 작다. 곧게 쭉 뻗은 다리와 멋진 꼬리의 소유자. 사진 속 얼굴은 수리와 판박이다.

그리고 독립하려는 듯 멀어지다가, 결국 독립한 듯 어느날부터는 보이지 않는 상큼이. 

붙임성 좋은 성격에 털 색깔, 무늬까지 어린 대범이 같던 녀석이라서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알아볼 수 있을 것만 같다.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