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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7.09.09 샤론이 이야기-간병도 아프다 2
대범이네2017. 9. 9. 08:00

(엄마 휴대폰에 있던 사진. 링거를 처음 맞고 마음이 좋지 않아 안방 구석으로 파고들어 있던 초기 모습이다.

엄마도 나도 저 깁스가 싫다. 필요성도 모를 깁스였지만, 형태도 이게 최선이었을까?)

 

샤론이가 짧은 생을 마감하려 할 때, 나는 내 일로 정신이 없었다.

하루가 어떻게 가고 어떻게 먹고 잤는지, 엉망으로 지냈다는 것만 기억이 난다.

그런데 샤론이가 집에 왔다는 얘기만 듣고는,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친 줄은 모르고

블로그에 기록을 하고 신을 냈던 거다.

전화를 하니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는 목소리였다.

왜요, 물으니 "샤론이가 굶는다"는 거다.

 

지금은 어느새 보통의 동네 청년 혹은 아저씨가 됐지만, 내 동생은 어릴 적 참 많이 아팠었다.

기관지 천식이 심했다. 가볍게 앓는 아이들도 많지만, 내 동생은 유독 심하게 앓았다.

몇 년을 집보다 병원에서 더 많이 지냈는데, 애를 포기해야 할 거라는 말도 들었다는데

그래도 살 목숨이었는지 언젠가부터는 병원에 가는 횟수가 좀 줄었나, 그러면서 애가 크고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고 군대-인기 연예인들이 천식으로 군 면제 받는 걸 곱게 안 보는 이유가 나는 내 동생이다-

도 다녀오고 그렇게 살고 있다.

 

그렇지만 그 성장은 부모, 특히 엄마 가슴을 도끼로 찍으며 계단을 만들어 올라온 길 같을 때가 있다.

사연 중 하나가 외래로 병원에 갔던 날, 아파서 영양실조가 된 애를 보고 주사실에 있던 간호사가 동료 간호사에게

"아, 쟤 또 왔어. 나 쟤 찌를 데 없어서 정말 주사놓기 싫어." 하며 신경질 내듯 하던 말이 슬펐다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샤론이 두 번째 링거 맞던 날 의사가 이젠 혈관 축소되어 주사도 찌르기 힘들 것이다, 하더란다.

그리고 추가로 놓아줘야 하는 항생제는 정해진 시간마다 놔야 하는데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그러니 입원 시켜라.),

동물들이 주사 꽂은 다리를 움직여서 바늘이 빠져서 다들 다시 데려온다. 안 빠지게 할 수 있겠느냐(그러니 입원 시켜라), 라고도 하고.

굶고 아파서 혈관 축소된다는 걸 처음 들어보는 얘기는 아니지. 

그리고 예전 종합병원 앞 의료상에는 링거 맞는 주사바늘도 병원에서 쓰는 것보다 좋은 건지 가늘다는 건지 뭐라며 팔고 그랬었다. 소아과 병동에 자주 입원한다 하는 집들은 그 바늘을 사 가기도 하고, 애들이 움직여서 바늘이 빠지거나 혈관 터질까봐 부목 만들어 대는 것도 유행(?)이었다. 링거가 유리병이던 시절에 다 맞고 병이 비면 공기가 몸 속에 들어갈까봐 너무 늦지 않게, 또 간호사들 다 쉬는 시간에 갈아달라 하면 눈치 보일까봐 적당한 시간 맞춰 갈아달라 하던 노하우가 다 있는 엄마다. 혈관 못 찾아 애 팔뚝에서 바늘 돌리던 간호사를 멈추게 하고 수간호사가 혈관 찾게 했던 적도 있었다. 엄마가 수의사 그 말을 못 알아듣고 또 애 주사를 못 맞출 리 없다.

불안하고 무섭고 여기가 너무 싫은 샤론이를 (심지어 시설이 좋지도 않은) 병원에 혼자 두는 것도 마음에 안 들고, 그 주사바늘 안 빠지고 제대로 맞출 자신도 있던 엄마는 두말 않고 어서 데리고 나왔단다.

하지만 넉 달 된 가느다란 고양이 발목에 꽂힌 바늘과, 헐떡이며 가는 팔목에 주사바늘 꽂고 있던 어린 아들은 이미 겹쳐버린 후였다.

어리고 아픈 것들은 안 먹는다. 사람 어린 것은 먹기 싫은 이유가 많았고, 고양이 어린 것은 입을 다물었다.

밥숟가락 앞에 입을 쫙쫙 벌리는 것은 사람이고 고양이고 귀엽기 마련이지만, 반대는 가슴 아프다는 걸 다들 알까.

벌써 여러 해 전에 겪었던 그 시간을, 이제는 조금 잊었으면 하고 또 좀 잊은 듯도 한 시간을 샤론이가 엄마에게 다시 다 불러왔던 거다.

불친절했던 그때의 간호사와, 안 될 거라는 얘기와 돈 들일 거냐는 얘기를 한 올해의 수의사, 그리고 상대적으로 미용을 받아 멋지고 그럴싸한 병원 안의 다른 강아지들 사이에서 작고 마르고 초라한 알록달록 삼색이 '길고양이' 우리 샤론이.

엄마는 젊을 때 어린 아들을 키우던 날처럼 또 굶으면서도 맑은 정신으로-"앞에서 안 먹으면 나도 안 넘어가는 건 똑같애."- 돌보고 주사도 잘 맟혔지만 결국 샤론이는 떠나고 말았다.

동생이 살아난 것이 스스로 엄마 공이 아니라 했듯이, 샤론이가 떠난 것도 엄마 과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샤론이가 떠난 뒤 집에 온 내가 그 얘기들을 들으며 무슨 말을 했는지가 기억이 안 난다.

( 병원에서 물어보지 않고 발톱을 깎길래 엄마가 제지시켰단다. 균형 잡기 힘든 애니까 그만 깎고 놔두라고. 진료의 편의와 서비스를 위함인지는 몰라도 샤론이 스트레스는 엄청났을 거라는 게 엄마 생각. 

쓰다보니 떠오르는데, 연관시키기엔 좀 오버일 수 있지만 예전엔 사람 병원에서 영유아 입원 시 머리 빡빡 밀고 링거를 머리에다 놨는데, 그때 돌도 안 된 아기들을 이불에 꽁꽁 싸맨 채로 머리 밀고 주사까지 이마에 찌르는 게 애들에게 스트레스 장난 아니라서 (특히 성질머리마저 별나게 태어나신 내 동생...) 심한 경우에는 안정제까지 투약해서 그놈의 링거를 어린애들 마빡에 찔러댔던 기억이 난다! 쓰다보니 또 성질이 난다!! 딱 만 4세가 되던 내가 그 장소, 애 데리고 가던 모습, 애들 자지러지게 우는 그 방 소리가 아직 기억이 난다 이 젠장할 옛날 병원아! 나중에 그 머리에 주사를 찌르는 자체가 아주 위험한 행위라고 뉴스에 보도됐었다. 그런데 마빡 링거는 머리라는 위치라서만 위험한 게 아니라 그 과정도 지랄맞았다는 걸 외치고 싶다.

결론은 한쪽 발 갑자기 못 쓰게 된 어린 고양이, 밖에서 살다가 실내 장판에서 지내게 된 환자 고양이 미치게 발톱 깎지 말라고 이것들아!!! 라고 화풀이...)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