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스티로폼 상자를 구했었다.
일단 대범이를 안에 넣어(^^;) 보고
"아옹 왜 여기다 날 집어넣고 그러냥!"
들어가 자기엔 공간이 충분한 것 같아서
대범이가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뚜껑을 조절해놓고
건물 아래, 종이 상자들 안쪽으로 깊숙히 밀어 넣어 놨었다.
그런데, 오늘 가 보니 없다.
종이 상자들은 있는데 스티로폼 상자만 없다.
대범이 깔고 자라고 준 내 옷도 없다.
대범이는 와서 애교만 떨고...
"언니야옹, 누가 내 집 갖고 갔다오옹..."
불쌍한 것, 따뜻한 데 어디 있을까?
지하 주차장은 싫어?
언니가 여기 잘 온다고 여기 있는 거야?
내 눈엔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누군가에겐 귀찮고 싫은 존재라는 걸 나도 안다.
(아파트를 청소하고 관리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대범이가 자고 있을 때
누군가 "웍, 웍, 고양이 새끼!" 하면서 쫓아내고
몸을 숙여 건물 아래로 들어가 상자를 찾아서 버렸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굳이 그래야만 할까,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이 더 크다.
돈을 내고 산 공간은 사람들 사이의 계약이지
이 땅의 모든 존재에게 배타적이라는 뜻은 아닐 텐데......
"언니~나 발톱 긁는 거나 구경해~
나 귀엽지?"
이렇게 귀여운데 고양이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미움받는 존재가 되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