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낮에 찍은 사진~
대보마아아아~
"밝을 때 예쁘게 좀 찍지, 뭐냥!"
미안해.
가방에 종이봉투가 있길래
대충 깔고 캔을 붓는데 그나마도 어쩌다보니 땅에 흘리고 이 난리.
문제는 이때,
경비아저씨께서 나오시다가 뭐하냐고 조금 화난 듯한 목소리로 물으시면서
고양이 밥 주지 말라고, 고양이가 쓰레기봉투 자꾸 찢어서 힘들다고 하셨다.
아이고...
그런데 밥 주면, 배 안 고프면 훨씬 덜 그런대요...
두 번인가, 조심스레 말씀드렸지만
고양이 때문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힘들다시며
그래도 밥 주지 말라고 하시는데
나이 드신 분과 싸울 수도 없어서
나는 결국 거의 아이고...만 했던 것 같다.
(우리 아파트는 경비만 하시는 게 아니고 분리수거 등 쓰레기 관리도 하신다.
그리고 쓰레기 수거하는 차가 왔을 때
찢어진 봉투 등을 치우느라 수고하시는 것도 안다.
쓰레기 봉투, 고양이가 찢으려 낑낑대는 걸 나도 봤었다.
그렇다고 고양이를 굶겨 죽이잘 수도 없고
경비가 그냥 고생해야지, 그럴 수도 없고......)
동물 사랑하는 건 좋지만 그래도...하시는 분께
제대로 대꾸하지도 못하고
어설픈 자세와 표정으로 멈춰 있다가 주차장으로 오고 말았다.
설명할 수 없는 부끄러움이 올라와서
어떻게 운전을 하고 왔는지도 모르겠고
주차 후에도 차에 좀 앉아 있다 내렸다.
그런데 주차장으로 오기 전,
종이봉투를 땅에 두고 돌아섰다간 더 욕먹지 싶어서
(깨끗한 것 같지는 않았지만) 합판 위에 남은 캔을 두고 돌아서는데
아무래도 대범이 새끼인 듯한 녀석이 왔다.
(오른쪽 대범이, 왼쪽 작은 녀석이 아마도 대범이 새끼.)
이렇게 어디론가 다시 갔는데,
밤에 몇 번 쥐만한 크기의 무언가가 휙 휙 도망가는 건 봤었다.
아무래도 저 녀석이었던 것 같다.
사진에 저렇게 커 보이지만 실제로는 성인 손 크기로 보였다.
대범이가 새끼를 낳았었던 게 맞는 걸까,
아, 그때 대범이를 집에서 못 나가게 했으면 쟤는 그냥 죽었을 수도 있었겠다,
쟤 한 마리 뿐일까,
머리를 스쳐간 생각이 많았다.
정말 생각 없이 아는 것도 없이 밥만 꾸역꾸역 주는 내가 더 부끄러운 날이었다.
그나마 일이 바빠서 견딜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