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비오던 날이다.
대범이네 자리에 어쩐지 노랑이에 큰냐옹이 닮은 보리깽까지
한데 모여있는 게 아닌가?
반상회라도 하나? 하며 신기하다, 하고 나갔다 돌아오니
이번엔 장소를 바꿔 또 셋이 같이 있었다.
그런데 대범이가 땅을 샥샥 파고 쉬~하니까
노랑이가 관심을 보였다. 노랑아, 왜?
대범이는 쉬를 묻으려고 하는데
노랑이는 냄새도 맡고 뭔가 흥분한 듯 보였다.
대범아, 설마! 설마 너 또 임신하려고?
나도 대범이를 졸졸 쫓아다녀보니
노랑이에 큰냐옹이 닮은 보리깽-얘도 수컷-까지 다들 대범이 뒤꽁무니만 따라다닌다.
아 기막혀.
노랑이는 자꾸만 대범이를 덮치려고 하고,
나는 소리를 지르고 우산으로 쫓아도 보고 발길질 하듯 다리도 뻗어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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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랑이의 집중은 흐트러지지 않고
내게 하악질만 했다.
두 수컷이 대범이 뒤에서 보초서는 동안
대범이 가시내는 내가 아무리 수컷들을 쫓든 어쩌든
그루밍이나 하고 앉았고, 뭐 어쨌냐는 듯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_-
그래서 어찌 됐느냐면,
나는 결국 포기하고 귀가-_-
다음날 아침에 보니 무슨 일 있었냐는 듯 평온했다. 그 이후 대범이는 여전히 깽이랑 잘 다닌다.
안돼, 대범아 또 임신은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