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더운 시간, 나갈 일이 있어 혹시나 하며 캔과 사료 좀 갖고 나갔더니
등나무 밑에 널부러진 이분.
"왔냐오...ㅇ"
반가워라, 와서 밥 먹자.
"니양~니양~"
일어나서 스트레칭 하면서 딱 두 마디 하곤 찹찹 먹는다.
얘는 먹을 거 줄 땐 스스로 워낙 가까이 들이대는지라
얼굴을 크게 찍을 수 있다.
(흔들렸지만 아예 얼굴이 화면을 가득 채운 사진도 있을 정도;)
"미모에 자신있다냥! 더 땡겨 찍는 게 좋겠다냥!"
어이쿠, 캔 더 줘도 더 먹겠네 싶어 부어주려 하니
"내가 캔 안에 있는 것도 잘 파 먹잖냐옹."
아는데, 혹시나 어디 베일까 싶어 그래.
별로 경계심도 없이 편하게 냠,냠, 잘 먹기도 하고
전부터 얘는 만져도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던지라
살짝 쓰다듬어 봤는데 반응이
'훗.'
아주 살짝 움찔하는 것 같더니 쓰다듬어도 괜춘.
'만져라냥만져라냥'
오오......
감동의 눈물이......
오오 냐옹님......
만져도 괜찮은 길냐옹이라니......
보리, 보고 있나?
그리고 나는 일어서 나오다 보니
차 밑에 있는 녀석(이 어찌 눈에 띄었다).
사진으론 안 보이지만 무려 삼색이다.
경계심이 많은 고로 사료 좀 부어주고 돌아섰더니
그것만 열심히 먹는 (아마도) 여사님.
......그래봤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면 또 숨는다.
상가에 다녀왔더니 녀석이 사료 그것도 많다고 남겨놔서
내가 손으로 한 알 한 알-_- 들어서 다른 데로 옮겨놔야 했다.
그리고 고등어녀석은 이번엔 그 자리에 앉아서 온 몸을 그루밍하고 계시고.
옆에 어린 아이들이 땅에 버섯이 있다며 구경하고 있고
고등어는 다리 쭉 뻗고 똥꼬도 그루밍을 하는 걸 보니
이렇게 평화롭기만 했으면, 이렇게 공존이 자연스럽기만 했으면...
절로 바라게 되었다.
그리고 고등어 얘길 집에 와서 했더니
보리보리리보리에게 줄 맛난 것을
그 고등어에게 주라시는 울 부모님...
보리, 듣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