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던 중 나왔던 얘기 덕에 불닭에 맥주 한 잔 하고 들어오니 집에 리뷰 신청했던 책이 와 있었다. 집에 들어오기 직전, 얇은 옷만 입고 대범이와 놀면서 잔뜩 언 몸을 뜨거운 물에 씻으며 데우고 나와 책을 펼치니 대학 시절 내내 존경하던 교수님께 들으며 살고 싶어했던 독일이 펼쳐지려 한다.
살짝 울컥해진다. 나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정신 건강을 위해 잊으려 했던 열정의 기억들이 일순간 일어난다. 나는 공부하고 또 공부하고 싶었다. 맞다, 아니다의 시험 공부가 아니라 회색빛 도시에서 너무도 잘 살아가는 사람들의 세상에 뛰어들고 싶었다. 많은 나라의 본보기가 된 법 체계를 견고히 다지고, 엄청난 과오를 범하고도 다시 일어서고, 그 사건들을 지나면서도 망가지지 않은 그들의 기초. 그들은 도대체 어떠하기에, 사춘기 시절 설레며 읽던 전혜린의 글과 내 스승의 말씀에 그리 자주 등장했던 것일까.
타이밍도 절묘하게 밖에서 보리 소리가 들린다. 여기는 우리나라, 나는 조금 전에도 고양이 밥을 주고 왔다. 하지만 여기서 책으로 독일을 만나봐야지.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만나게 될 거다. Sent from my BlackBerry� smart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