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2017. 9. 6. 21:48

아로를 오랜만에 만났다!

집에서 누구 있나, 하고 밖을 내다보는데
급식소 왔다 가는 듯 아파트 뒷 길을 걸어가는 녀석이 꼭 아로 같았다.

얼른 닭가슴살 하나 들고 휴대폰만 들고 뛰어나갔더니 차 아래에 앉아 있다.


아로야! 아로가 맞다! 작년 여름에 보고 처음 만난 거 아니야?


나를 알아보는 건지? ​


울 엄마가 네 소식 전해주시더라.
그래 새끼들 잘 키워서 많이 큰 애들도 데리고
급식소 와서 같이 밥 먹고 가고
어쩌다 간식 주면 그것도 잘 먹고 그랬다면서.


오늘은 내가 주는 닭고기도 먹어.

그랬더니 입에 물고 얼른 뒷산으로 올라갔다.



아로는 우리 옆 동 급식소에서 밥을 먹는데,
작년에는 맨 윗 사진에 보이는 컨테이너 박스 아래에서 새끼들을 키웠다.
울 엄마가 그걸 발견하고 먹을 걸 갔다댔다 한다. (나도 집에 와서는 따라간 적 있었다. 노란 새끼들이 팔짝팔짝!)
더 크더니 다 같이 산 속으로 들어가서는
끼니때 일렬로 내려와 급식소 사료 먹고는 돌아간다며 대견해하셨다.

날라리 대범이는 새끼 낳아도 수리한테 다 떠맡기고 혼자 돌아다니면서 맛난 거 지가 다 먹고 다니는데(우리 부모님 주장이며 필자의 견해와 다를 수 있음),
아로는 착실하게 많이 큰 새끼들도 끼고 키우면서 닭가슴살 같은 거 줘도 덩어리 째로 물고 가서 새끼들 갖다주고, 급식소도 여기라고 가르쳐주면서 데리고 다니고 성품이 대범이하고는 다르다 등등...

그런데 내 앞에서도 고기 안 먹고 덩어리 째로 물고 갔다. 누구 줬는지 어쨌는지는 몰라도 또 새끼 낳아 기르는지 모를 일...


이렇게 오랜만이라도 얼굴 볼 수 있어서 기쁘고 참 고마웠다. 길고양이랄지 산고양이랄지, 아파트 마당을 드나드는 애인데 최소 여섯 살은 넘었을테니 그것도 참 감사하고 대견한 일이라 생각한다.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