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이니까 동네.
이번 주는 처음 나왔다.
그 유명한 뱅센느. '연희동'이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브런치 카페.
실은 너무 된장 돋는 느낌이라 (^^;) 오기도 거시기하고, 또 이미 다들 너무 왔다가버린-_- 곳인가 한데다
내가 가볼까, 할 때마다 문이 닫혀 있었는데
오늘은 자리도 여유롭기에 와서 이렇게 놀고 있다.
여기는 곰팡이 케이크라는 애칭이 붙은 치즈케이크가 그리 맛있다는데,
앉아 있는 동안 달콤한 냄새가 코를 자극해 나도 모르게 주방 쪽을 휙 휙 돌아보게 된다.
원래 버터 익는 냄새 좋아하긴 한다만, 매장이 좁아 그런가, 비 오는 날이라 기압이 낮아 그런가 더욱 향이 매혹적이다.
하지만 저녁을 과히 먹었으므로 케이크는 다음 기회에.
매장 내부는 밖에서 보기보다도 인테리어에 신경 쓴 느낌이다.
흑백 영화가 빔 프로젝터로 계속 흰 벽에 쏘아지고 있고
낡은 소품들과 마티스, 파리 지도 복사판, 와인잔 등이 과하지 않게, 너무 오글거리지 않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돈만 많이 들였거나 걍 예뻐 보이는 것 주렁주렁 갖다놓은 느낌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인기 있었겠지 뭐.
커피 맛은 대단히 특별하진 않다.
베이커리 등 디저트 류가 더 강세라 생각했기에 큰 기대 하지 않았고
실제로 나온 커피도 크레마가 그리 진하다거나 맛이 특별나다거나(아주 못하다거나) 한 것은 아니었기에,
그냥,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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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노란 괭이가 카페 괭이인가 알아보러 나왔더니
오늘은 그집이 장사를 안 하네...-_-
고향 우리 냥님들 사료 다 됐다고 연락이 온지라
오늘 아침에 주문했더니 바로 발송됐다고 한다.
순 싸구려만 사 주는 주제에 이젠 한 번에 몇 만원씩 주문해도 부족한 느낌이다.
오늘도 사실 닭가슴살을 한 상자 줄였다가 결제 직전에 다시 늘렸다. 내가 이게 무슨 짓이냐, 반성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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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의 인테리어는 조화를 이루고 분위기가 좋은데
나는 사무실에서 지난 달에 사고 친 걸 아직도 수습해야 한다. 으악.
사실 '있을 수 있는 실수, 큰 문제 안 되는 실수'라 해 주시지만 그래도 수습은 항상 더 많은 서류를 요하기에 귀찮다.
반성하며 직접 손으로 찢은, 사고 뒷수습 후의 서류.
나는 이렇게 사소한(?) 실수로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고 있는 와중에
사무실 회의실에서는 한 노무사님이 자문 계약하시는 회사 대표들과 상담 중, 다른 테이블에는 다른 노무사님이 근로자와 사건 상담 중,
그리고 일단락된 사건의 당사자도 서류를 받으러 왔다 가시니
조용한 이 빌딩 꼭대기층이 활기찬 느낌이다.
일이 많고, 찾아주는 사람이 많고, 몇 번 왔다가는 사람들이 마지막엔 웃으며 나가는 모습을 보니
또 이십 년은 된 날들이 생각난다.
어릴 적 동생이 병원에서 나설 때, 의사, 간호사 선생님들이 이구동성으로 하시던 말씀
"잘 가고~병원에서는 다시 보지 말자~"
어린 마음에도 그 말이 참 배려깊다 싶어 항상 기억하고 있는데
직장에서 문제가 생겨 외부에 문제 해결을 요하는 오늘의 저 사람들에게 내가 빌어줄 수 있는 건 뭘까?
"다시 직장생활하는 동안엔 보지 맙시다! 독립하셔서 사업하실 때 다시 뵈어요!" 정도가 좋을까?
내가 남 걱정 할 때는 아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