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담배, 어머니는 캔, 나는 닭고기와 휴대폰을 들고 나섰다.
대범아~
'아, 아줌마는 손에 캔을 들고 있고 언니는 닭가슴살을 들고 있다니.
누구에게 더 애교를 떨어야 하지?'
몸은 엄마께 대고 눈은 내 손을 향해 있다.
하지만 울 아부지의 한 수.
"여보, 캔 나 줘 봐."
저 쪽으로 들고가서 캔 손잡이 소리를 딸깍딸깍 내자
"저기다! 아저씨이이이~♡"
수리도 나타나서 엄마와 나를 가차없이 버리고 떠났다.
무작정 캔 소리를 내고, 대범이가 (아빠 표현으로) 아양을 떨자 일단 캔을 따셨다.
'눈빛 공격을 하는 거야. 도저히 날 안 줄 수가 없지.'
시간이 시간인지라 아깽이들은 다 자는 것 같길래
대범이와 수리만 먹였다.
그랬더니 다 먹고는 단장을 한다.
그리고 안 좋은(?) 소식이 있다.
아빠께 달려갈 때 수리가 나오는데
이상하게 배가 날씬해져서 불안했는데
"내 찌찌 보여?"
응.
수리 엄마 됐구나.
대범이는 할머니 됐구나.
태어난지 일 년도 안 된 수리가 엄마가 됐구나.
그래서 요즘 앞베란다 밑에 안 있고 이 구석에 숨어 있었구나.
우리 수리 건강한 거지? 아가들도 괜찮고? 이모가 너무 미안해.
새삼스레 충격 좀 받았다.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