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아름답지만, 가진 것 없는 존재에게는 혹독하게
흰 눈이 펄펄 내렸다.
배라도 두둑하게 부르면 추위도 견디기 좀 낫지.
그랬다가 드디어 제대로 본 대범이 새끼 얼굴!!!!!!!!!!!!!!!!!!
"귀엽냥?"
응!!!!!!!!!!!!!!!!!!!!!!!!!!!!
대범이는 눈 밟기 싫어서 눈에 발을 대다, 말다 하면서 - 이게 엄청나게 귀여웠음!
나를 부르더니
가까이 다가가자 애교를 떨어주었다.
요즘은 다른데 물이 얼어붙을 것 같아서
대범이가 내 눈 앞에서 물을 좀 먹어줬음 싶은데
맛있는 거 있으면 절대 안 마시기 때문에
오늘은 아예 물 먹을 때까지 기다렸다.
우와, 대범이 물 먹는다! 하며 찍었는데
와오! 대범깽도 찍혔다!!!
오늘 첫 사진은 이 사진을 자른 거다.
물 먹었으니 이제 간이 식당 만들어줌.
......
상자 오른쪽 구석에 있는 게 어째 귤껍질 같이 보인다.
분명 통조림 고기를 저기다 놨는데...
"여튼 내가 잘 먹고 배부르면 된 거 아니냥?"
그렇긴 하지만...
새끼도 살살 다가오길래
너는 여기서라도 먹을래?
그러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보리깽인 듯한 녀석이 있다.
"설마 나를 모른척 하고 가진 않겠지!"
당연하지요.
컴퓨터에 올리고 보니 커다란 내 발자국과 작은 고양이 발자국이 재미있다.
고양이들은 눈 밟는 거리는 무조건 최단거리로 다니는 것 같았다.
건물 뒤에 몇 군데 사료를 놓고 집으로 들어가려고
아파트 현관으로 올라오려는데
고운 이중창이 들렸다.
(큰냐옹이) "냐옹~" (해석:밥 줘~)
(보리) "냐옹~냐옹~냐오옹~" (언니~나 밥 줘어~♡)
다정한 고양이 모녀 나셨다.
이미 갖고 내려온 밥은 다 썼는데,
너네가 건물 뒤로 가서 먹음 안 되겠니? 싶었지만
추운데, 까짓거 내가 한번 올라갔다 내려오지 싶어서 후딱 오니
건물 안에 들어오고 계신 보리.
화단에 두 군데 밥 줬다.
그리고 캔 버리러 분리수거장 가다보니
얘, 거기 말고 저 옆 나무 밑에도 한 덩이 있어!
굳이 거기서 기다릴 일 없어~
정확히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아마도 보리깽들이 아닐까, 싶지만
여튼 세 마리가 나와 있었다.
나는 집으로 향했다.
화단에 보폭 넓게 걸은 보리 발자국 보인다. ㅎㅎ
원 안은 내가 눈으로 전단지를 덮어놓은 보리 밥.
그새 꽤 먹고 돌아선다.
아까 나가보니 역시 캔은 하나도 없고 전단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ㅎㅎ
그리고 조금 전, 엄마랑 장 보러 나가는데 차에 다가와서
내가 대범아, 저리 가! 저리 가! 하다가 웍웍 까지 하게 만들더니
정작 시동 켜니까 조용한 곳으로 피해주던
영리한 대범양.
대범깽도 하루하루 잘 자라고 있다.
오늘은 추워진다고 해서 눈이 꽝꽝 얼어붙을 줄 알았는데
다행히 포근하다.
별 사건 없는 날들이 참 고맙다.
통통한 몸으로 슥 나타나 주는 고양이들,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