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2012. 5. 7. 15:32

보리가 우리집에 오는 게 4년 째, 보리 엄마가 다시 오는 게 2년 째다.
현관문을 열어놓고 사람이 거실이나 방에 있으면 보리는 살그머니 집 안에 들어와서 편히 누워자기도 하지만
누군가 만지려하거나 집 안에 들어왔을 때 현관문을 닫으려하면 난리가 난다. 둘 다 그런 건 똑같다.

때로 섭섭하기도 했었다. 어떤 고양이들은 와서 비비기도 한다는데! 아니 내가 지 밥을 얼마나 주는데! 울 엄마 아빠가 주신 사료 먹고 저만큼 컸으면서!

하지만 그런 생각과 말은 정말 잠시, 길냥이로 살겠다는 녀석에게 (한사코 실내 생활은 싫으시단다) 사람에 대한 경계심은 필수일 것이다. 만지려하면 도망가고, 밥 먹다가도 낯선 사람 발소리가 나면 휘릭 달려가는 건 대한민국의 길고양이의 생존 조건일 터.
오히려 보리와 냐옹이들의 경계심이 다행스럽다. 그리고 한동안 부모님께서는 우리집에 와서 먹이를 다 먹으면 스스로 먹이 구하는 능력이 없어져서 어쩌나 걱정하셨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계산해보니 얘들이 밥 달랄 때마다 줘도 먹는 사료 양이 보통 고양이들이 먹는 양의 반도 안 된다는 걸 알았다. 어디선가 또 뭔가를 먹고 다닌다는 얘기. 우리집 사료 없으면 굶는 애들 아니라는 것도 다행이다.

보리와 냐옹이들이 부디 스스로 즐겁게, 살고 싶은 대로 살면서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기를 바란다. 그렇게 오래 살아준다면 난 보리를 안지 못해도 행복할 거다.

*그래도 우리 보리, 내게 부리는 나름의 애교랄까 인사법이 있다. 그건 담에 사진찍어서 자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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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