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밤, 자정 무렵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온, 나 여기 우리 집 앞인데,
고양이 한 마리가 나 따라오고 비비고 난리났어. "
그리고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양야옹양 소리.
아무래도 사람 손을 탄 녀석 같다, 주인이 있는 고양이는 아닐까, 데리고 들어가느냐 마느냐, 인터넷 카페에 냥줍을 올리고 동네에도 벽보를 붙이자, 등을 얘기하며 일단 나도 가서 보기로 했다.
다행히 가까운 곳에 사는 친구라 냉장고에 있던 닭가슴살과 지갑, 휴대폰만 들고 나갔다.
나한테도 덤벼든다. 예쁘다. 귀엽다. 쓰다듬을 수 있다. 그리고 털이 너무 깨끗하고 부드럽다.
근데 사진 찍기엔 역시 어렵다. 덤벼들기 때문.
결국 이렇게 멀리서 찍음. ㅠㅠ
친구가 자기네 집으로 데리고 들어가보려고
안고 대문 안으로 들어서보기도 하고 (뛰어내려 도망가서 한참 근처로 안 돌아옴. ),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 유혹해보기도 해도
건물 안은 싫단다...
그래서 얘를 따라 다녀보니
옆옆 집의 낮은 담장을 넘어 자연스레 현관 앞에 간다.
집 안에선 고양이 한 마리가 다정스레 야옹야옹 불러대고, 얘도 야옹야옹 화답하다가,
현관 앞에 놓인 물그릇의 물을 찹찹 마신다.
휴대폰 플래시를 켜 보니 현관 앞엔 사료 담긴 그릇도 있고, 옆엔 사료 봉지도 있다.
...어쩐지 음식에 시큰둥하더라니......
혹시 이 집 고양이? 어쩐다?
우리 대범이처럼 식당 있는 자유로운 영혼?
여튼 친구는 이 고양이를 이 밤중에 여기 혼자 두기에 미안해해서, 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보려고 다시 한참을 애써보았지만...
우리 둘 다 집 안으로 올라와도
저는 들어오기에 겁이 나는지 싫단다.
차라리 니들하고 안 논단다.
동네 나무 다 올라타고 신이 나셨음.
시간은 새벽 두 시.
일단은 포기하자...하며 서로를 달래고 돌아섰다.
친구가 집에 들어가도 그런가보다 하고
나무니 뭐니 붙들고 놀고
내가 암만 부르며 유혹해보고 조금씩 떨어져봐도 안 따라온다.
그래서...나도 집에 와 버렸다.
집에 오니 새벽 세 시였다.
둘 다 키우기 어려운 현실이라 소극적이었던 걸까.
결론은, 더 지켜보기로 했다.
마무리는 고향 집에서의 나의 대범이.
누워서 나를 부르더니 기지개 몇 번 켜고 잠드는 모습이다.
(불꺼진 방에서 찍은 뒤 사진 밝기 조정으로 형체를 보이도록 했기에 화질이 나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