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에 어찌 대범이 사진 뿐이다.
엄마가 나더러 너는 대범이 편애한다고 하시는데, 맞는 말인지도.
어떤 날은 굳이 현관에서 밥을 드시기도 하고.
(저기서 야옹거리는 것은 '현관문을 열어 두고 내가 마음대로 드나들도록 하라' 는 강력한 주장이다.
그런데 저 위치에서 밥 먹는 일은 거의 없는데, 신기해서 찍어두었던 듯 싶다.)
고개를 박고 먹고 있는 건 닭백숙. 고기 건져 먹고 국물 드시는 장면인 듯.
지가 언제 눈치를 봤었다고, 이불 위에 올라올까 말까를 고민 중인 때도 있다.
이날의 결론은 대범이가 이불 위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
내가 밖에 나가는 대범이를 바래다주는 게 그녀의 바람이었다.
집에만 가면 나를 꼭 밖에 끌고 나가려는 대범이. 대범이 덕에 바깥 공기 쐰다.
그러다 방 한 구석에 둘둘 말아둔 이불 위에 아주 조심스레 올라가기도 하고.
이젠 대범이에게도 수리에게도 나 따위는 우선 순위의 인간이 아니지만,
우리 부모님의 무한 애정과, 어느 고양이에게든 서로 맛난 먹이를 가져다주고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아진 환경에는
감사하고 다행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대범이가 나를 이렇게 찬밥 취급할 줄이야 몰랐었지......
하도 돌아다녀 우리 고양이이기도 하고 아닌 듯도 한 대범이.
+한때 띄엄띄엄 오기도 했다는데,
언젠가부터는 우리 집냥이처럼 체류 시간이 꽤 된다.
24시간 중 6~7번을 드나든다. 나간다고 현관 앞에서 앵, 왔다고 현관 밖에서 앵.
꼭 현관문을 열라고 야옹거려서는 바깥을 돌아다니니 여전히 길냥이라고 해야할 거다.
대범이와 수리 모녀가 바깥에서 미친 듯 달리고 높은 나무를 타며 즐거워하는 걸 보면 자유가 좋은 듯 싶고,
주차장에 다니는 차들을 보면 불안하고,
다른 외로운 이웃들이 이 모녀에게 간식거리를 주고 노는 모습을 보며 작은 기쁨을 느끼는 모습을 볼 땐
마치 이 아파트 단지의 한 세대 같은 느낌을 준다.
혼자 서울 와 있으니 또 보고싶다.
비록 날 찬밥 취급할지라도 얼마나 고마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