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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이네2012. 5. 15. 14:39

오늘은 보리 일기 말고 조금 다른 얘기를 좀 해 볼게요.  

제가 사는 곳은 산을 깎아 지은 아파트입니다.
제가 사는 단지에만 1500여 세대가 있고, 바로 옆에는 다른 아파트 단지들도 있습니다.
그야말로 사람 사는 동네인데요. 간혹 사람(만) 사는 동네, 혹은 사람(이 주인으로) 사는 동네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신 것 같습니다.

저는 사람(도) 사는 동네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도 있고, 사람과 함께 사는 강아지, 고양이 등 반려동물도 있고, 나무도 있고, 그 나무에 앉아 지저귀는 새도 있고요, 아파트 뒷산에는 너구리도 있다네요.

 

그런데 하나라도 없으면 과연 좋을까요? 나무가 없으면 공기가 나빠질 것이고, 산사태가 쉽게 일어난다고 숲을 보호하지요. 제가 사는 곳의 근처 시골 마을에서는 포수를 고용해 고양이를 모두 총살하고 나니 쥐가 들끓다가 옆 동네에서 고양이들이 몰려와서 번식해서 결국은 이전과 같은 상태가 되었다고도 하더라구요.

 

우리가 사는 곳이 콘크리트, 시멘트, 플라스틱으로 둘러싸여 있다고 해서 그것들로만 살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자연환경이 엄청난 영향을 미치죠. 물도 그렇고, 벌레도 그렇고, 쥐도 그렇구요. 설마 도시라고 쥐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니겠죠?
보통 사람이 다니는 길 위 외에도 생태계는 촘촘히 연결되어 상호작용을 하며 유지됩니다. 인간이 살고 있는 곳이라고 해서 인간만 살고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될 수도 없습니다. 인간만 있는 것이 인간에게도 결코 좋지 못하고요.

 

그런데 인간 외의 다른 생명-특히 동물-에 야박하게 대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배고팠던 시절의 경험 때문에 동물 따위에게 돈이나 정성을 들이는 '사치'가 아까운 사람도 있을 것이고,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싫은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안 좋은 기억이 있어 미워하는 사람도 있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종의 생명을 모두 내치는 것이 결코 옳지는 않습니다. 자신을 위해서도요.

 

자식을 기르는 분들은 대부분 좋은 환경에서 아이들이 자라길 원하시죠. 그 좋은 환경이라는 게 내 집에 독한 약을 놓아 벌레를 잡고, 관리업체에 비싼 돈을 주고 쥐나 벌레가 싫어하는 것들을 실내에 계속 뿜어내는 것이 정답은 아닐 겁니다. 가능하면 약을 쓰거나 힘들고 정서적으로도 좋지 않게 물리적으로 때려 잡는 방법보다 각 종(種)이 적절한 개체 수를 유지해서 서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오늘날 도시의 길고양이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먹기 위해 쓰레기 봉지를 찢어 뒤지는 그들에게 일정한 장소에 먹이를 주면 굳이 쓰레기 봉지를 찢지 않겠지요. 그러나 호기심과 사냥 본능은 있기 때문에 배가 고프지 않아도 쥐는 잡는다고 합니다. 유행성 출혈열 등 질병을 옮기기도 하는 쥐의 개체 수도 그렇게 조절되어야 보다 깨끗한 환경 덕분에 사람도 편하겠지요.

 

그런 효과도 알고, 무엇보다도 사랑의 마음을 품고서 어떤 사람들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줍니다. 그리고 제가 미리 올린 한겨레21의 기사처럼 TNR(길고양이를 잡아서 중성화 수술을 시킨 뒤 다시 원래 있던 곳에 방사하는 방법. - 귀를 0.9cm정도 자른 것이 중성화 수술을 받은 고양이의 상징이다. 중성화수술을 받은 고양이는 번식을 하지 않아 고양이 개체 수 조절이 되고, 성질이 온순해지고 고양이들이 발정-교미시 내는 큰 소리를 내지 않으며, 영역을 지키는 고양이들의 특성상 타 지역의 고양이들이 마구잡이로 몰려오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은 유지한다.)을 하기도 합니다. 미국 뉴욕 등 외국에서도 하고 있는 방법이고 우리나라에도 지자체에서 이를 지원하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네요.

 

하지만 모든 걸 관공서에서 처리하는 것은 무리가 있을 뿐더러 효과적이지도 못할 겁니다. 시민들의 인식이 고양이를 그저 싫고 없애야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한 돈이 들게 되는 TNR사업의 원활한 확장과 진행도 쉽지 않을 테지요. 싫어하고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행동까지 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고양이들이 그저 무사히 살아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니 생각과 태도가 바뀌어야 길고양이와 인간의 평화로운 공존이 가능하겠지요. 그러니 누군가는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기도, 사랑의 마음으로 돌보기도 한다는 걸 인정해 주시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건 쓸데없는 일이 아니라 조용하고 깨끗한 동네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아주시길 부탁드리고요.

 

TNR에 드는 돈 얘기를 조금 더 보태자면, 유기동물 안락사에 드는 비용도 상당하다고 합니다. 그냥 죽여 없애는 데에도 돈이 든다는 뜻이죠. 그리고 그냥 잡아서 죽여 없애는 것은 고양이가 없어진 영역에 새 고양이들이 번식을 해서 개체 수를 늘이기 때문에 효과가 없습니다. 앞에서 한 시골마을의 예를 들어드렸듯이요. 수고스럽기만 하고 효과는 없는 일에, 게다가 생명을 죽여야 하는 일이 돈을 쓰기보다, 효과적이고 보다 윤리적인 중성화 수술 시행이 합리적이죠. 그리고 그렇게 고양이들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것이 미움받고 또 죽여지는 것보다 인간에게도 좋음은 두말할 것도 없고요.

 

 

아무래도 갓 시작한 블로그에 고양이 얘기를 많이 하다 보니 고양이를 예로 들어 썼습니다만, 사실 저의 생각은 고양이라는 것에 영역이 국한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많은 영역을 상세히 아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동물도, 다른 식물도, 자연 환경 모두, 그리고 인간사회 내에도 다양함과 상황에 따라 강자와 약자 같은 관계의 사슬이 촘촘히 이어져 있음을 인식하고 또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으신 분들, 본인이나 가족 등 아끼는 존재가 언제 어디서나 영원히 서열 제 1순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대부분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실 거예요. 최고 권력자도 그 지위가 영원하지 않은 것이 세상 이치니까요. 그러니까 길에 지나다니는 고양이들을 나 자신처럼 생명을 가진 하나의 존재로 바라보시다보면 그들을 딱히 미워할 이유가 없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하지요. 그리고 고양이들을 그저 모습이 다른 이웃으로 여길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조금 더 나아가자면, 미워하고 싫어하고 두려워하는 마음 대신 편안한 마음을 가지면 스스로가 편안하고 행복해지는 것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까, 길고양이를 미워하지 말아주세요. 없애야 한다고도 하지 말아주세요.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