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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이네2012. 5. 18. 21:28
인터넷 고양이 카페에 들어가니, 어떤 사람이 길에 어린 고양이가 있어 사료를 챙겨주었는데 어떻게 더 보살펴야 할지 걱정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런 경우 데려와 기를 수 없겠냐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보리가 끝끝내 집 안에서 사는 건 싫다하는 걸 봐 왔기 때문에 꼭 사람과 한 공간에서 살아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사람을 엄청나게 좋아하는 고양이도 있고 사람의 보호와 치료가 꼭 필요한 고양이도 있다. 그런 애들은 집사를 부려야지!)

고양이도 고양이의 자유를 누리며 살 권리가 있으니까!
물론, 먹이 사정이 열악한 도시 환경에서는 음식물 쓰레기를 파 먹느니 사람이 주는 사료를 먹는 게 낫다. 그리고 간혹 사람에게 잡혀서라도 치료를 받아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고양이는 독립성이 강한 동물이라 개처럼 무리를 지어 살지 않기도 하고, 각자의 성격이 더욱 독립적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이 그렇듯이.

보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때 되면 와서 밥 내놔라 야옹거리고, 자기 내키면 집 안에 들어와서 자기도 하고, 나와 눈 마주치고 한 마디씩 "보리야, 오늘 날씨 참 좋았지? 보리는 뭐 했어?" "냐옹-냐-옹" "많이 잤어? 어디서 잤어?" "냥!" "다른 고양이하고 놀기도 했어?" "냐오옹" 하는 대화도 하지만 매번 어느 순간이면 뒤돌아 계단을 내려가는 보리. 나는 그런 보리의 삶이 불행하지 않을 거라 믿는다.

우리 집에서 기르면 어떨까 싶어 집 안에 들어왔을 때 몰래 문을 닫아 보기를 몇 번. 그때마다 보리가 극도로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난리가 나고 견디다 못해 문을 열어주면 다시 안정되는 모습을 반복해 보면서 길에서의 삶을 존중하기로 했었다. 보리도 세 살이 넘었으니 길고양이 평균 수명만큼은 살아있고 아직 건강한 듯 보이는 건 다행이지만 밖에서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도와줄 수 없을 거라는 건 항상 마음의 짐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하면 그게 우리 각자의 삶인 것이 사실. 부모가 자식의 안전을 걱정해서 평생 업고만 다닐 수는 없듯이 나 역시 언젠가는 가슴 아플 줄을 알면서도 도도히 돌아가는 보리를 그저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보리에게는 그게 더 행복할 거라고 생각한다. 내 부모님께서 현관 밖을 나서는 나를 보시는 눈빛과 달리 가벼운 내 발걸음을 알기에.

얘기가 많이 돌아왔지만 나는 그래서 길고양이들을 모두 불쌍하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 재미있는 일이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누군가 먹을 것을 자주 챙겨준다면, 배고프지 않아 좋을 것이다. 또 아무도 괴롭히지 않는다면, 무섭지 않아 좋을 것이다. 그렇게 하루하루 운 좋게 살아간다면 길에서의 삶도 행복하리라.
그래서 사람들이 최소한 먹이를 챙겨주는 길고양이는 불쌍한 눈으로 보고 싶지 않다. -먹고 나면 포만감으로 편안할 거야, 다 먹고는 또 뛰어다니겠지. 그리고 고양이 세계의 법칙대로 살아갈 거야.-나는 그렇게 믿고 싶고 또 믿는다.

그러니까 길냥이 밥 주시는 분들이 아픈 고양이가 아니라면 너무 불쌍하게만 보지 않으시는 건 어떨까 싶다. 내 마음이 불편한 건 나도 힘들고 상대에게도 전해질 테니까. 밥을 주시면서 '먹고 마음대로 즐겁게 놀아. 대신 아픈 거 눈에 띄면 잡아서 병원 데려갈 거야!' 하며 즐겁고 따스한 마음을 품으시는 게 좋지 않을까?

이제 큰냐옹이와 보리가 올 시간이 다 돼 간다.
어서 와, 냐옹이들!
BlackBerry� 에서 보냈습니다.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