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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범이네2012. 8. 4. 08:18

 

이 말라 비틀어진 게 뭐야, 설마 고양이?

 

물그릇에다 물 담아놓고 오니 나를 부르며 내 쪽으로 오는 아로.

이리 와, 이리 와, 하며 구석으로 부르는데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시다 아로 한 번 보고, 나 쳐다보고,

그러더니 내가 밥 주는 거 구경하고(웃음 소리도 한번 내시고) 가셨다.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지. 그냥 당당하게 줬다.

"급식기야, 밥 줘. 나 배고파. 정말 배고파."

 

잘 만났다. 너 구충제 못 먹은 건지, 무슨 이유인진 몰라도

요즘 예전보다도 더 마르는 것 같아서

다시 구충제랑 엘라이신 가득 퍼담아 왔다.

 

 

 

 

 

"알았으니까 캔 좀 빨리 따."

 

 

 

 

 

잠깐, 오늘 밥 사진 한 판 찍고.

왼쪽 컵엔 사료 세 컵 반+구충제+엘라이신 무려 2알.

오른쪽은 물 담아왔던 컵이고, 160g짜리 체리쉬 캔 두 개.

 

 

 

 

 

부어두고 일어서니, 다른 사람도 지나가서인지 또 움찔한다. 녀석. 

"빨리 밥상이나 차릴 것이지, 별 것도 아니구만 기념사진 찍고 앉았냐옹."

 

미안타.

그렇지만 엄연히 내가 산 거니까

입으로는 떠들지 말고 먹기나 하길 바란다.

 

 

 

 

 

"사진으론 얼마나 마르게 나오냥?"

 

심각한 환자같이 나와. 심각해.

 

 

 

 

 

그리고 장소를 이동해 가다가 여차저차...(오늘 아침엔 동선이 좀 길었다) 발견한 녀석.

"넌 뭐냥!"

 

나? 좀 전에 여기서 달려나간 삼색이 밥 줬던 사람. 

넌 수컷인 것 같은데 좀 전에 삼색이가 너 싫다고 소리치고 도망간 거 맞지? 

 

 

 

 

 

"뭐 여튼 밥상 앞에선 잘 먹어야 하는 거다냥."

 

그 말은 맞다.

 

 

 

 

어째 너부데데한 것이......

익숙한 얼굴이다. 

"칭찬이냥?"

 

긍정적 사고를 하려무나.

 

 

 

 

 

그리고 며칠 전 만났던 삼색이.

그 장소에서 이번엔 차 밑에 있었다.

"요거요거...내가 요걸 어디서 봤더라?"

 

여기서.

 

 

 

 

 

새끼는 또 바로 코앞에. 

"엄마, 쟤 한 대 칠까? 아님 하악질이라도?"

 

내가 너보다 몸무게 열 배 이상 많이 나간다. 

내가 팍 드러누우면 넌 쥐포도 아니고 고양이포 되는 거야.

 

 

 

 

 

좀 살이 찐 고양이가 고양이포 돼도 맛있겠지. 

"뭔 소린지 모르지만 일단 먹는다냥."

 

 

 

 

 

살은 좀 더 찌는 게 좋겠지, 하고 좀 더 주려고 가까이 다가갔더니 

"왜 그러세요, 전 아이가 있어요.

닭도 영계가 좋다는데 고양이도 영묘가 낫지 않겠어요?"

 

......응?

 

여튼 새끼랑 굉장히 닮은 얼굴이었다.

 

 

 

 

 

그리고 오늘의 하이라이트. 

언덕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아깽이들을 발견하고

저기로 어떻게 갈 수 있을까, 그냥 갈까, 갈등하다가

 

운동신경 제로, 겁은 1등급인 내가

저~뒷길의 울타리를 넘어서 수풀로 들어갔더니

 

녀석들은 역시나 아깽이였고,

3미터도 넘을 법한 거리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이자

새끼들을 품고 있던 어미가 카악 소리를 내고

새끼들은 어미 품에서 달려나가는데 하나, 둘, 셋, 넷, 다섯...몇 마리나 됐다.

노란 녀석도 있고, 검은 녀석도 있고.

 

도저히 녀석들 있는 곳까진 내려갈 자신이 없고

어미도 경계하기에

내가 있던 자리에 가져간 밥을 두고 왔다.

 

거기라면 사람이 들어가는 곳도 아니고

저도 몇 걸음 움직이면 되는 곳이니 알아서 먹겠지.

 

 

 

토요일이긴 하지만 아침부터 꽤나 피곤하다.

새 얼굴들이 보일 때마다 예쁘고 반가우면서도

가슴 한 쪽은 묵직해진다.

 

하지만 초심 그대로! 고양이들은 충분히 잘 살 수 있다!

고양이들은 고양이들과 건강하게 뛰어놀 수 있는 게 행복할 것이다!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