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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0.14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나라' - 2 5
카테고리 없음2012. 10. 14. 18:24

*이 글은 출판사의 홍보용 책을 받아 읽고 쓴 글입니다.

 

 

 

아무리 여행이 좋고 잘 산다는 남의 나라가 부러워도 내 나라에 대한 그 무엇을 앞설 수는 없다. 더구나 현재 내가 먹고 살아야 하는 곳이기에 더욱 더. 독일에 자리잡고 산 지 14년 째라는 저자가 이제는 익숙해졌을 독일의 진면목에 관해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우리나라를 떠올리고 비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사다 독일인 점원의 차별대우를 받고 화가 나 '외국인에 대한 차별 행위고 명예 훼손이다'라고 따진 부분을 읽으며 내가 외국에서 이런 일을 당한다면, 하는 생각보다도 현재도 이미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그리고 앞으로 분명히 큰 사회문제가 될 것이 걱정되는 것은 나 뿐이었을까.

인종주의자라는 말은 나치 시대를 겪은 독일인들의 아킬레스건이라 독일에서 억울할 때 대처하는 방법이라는 점은 배울 수 있었지만 과연 우리는, 싼 인건비에 외국인 노동자들을 잔뜩 수입하고 또 급격히 증가한 국제결혼으로 유아의 상당 비중을 차지한다는 우리 사회는 과연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피부색이 짙다는 이유로 '아프리카 새깜둥이'라고 놀림당하며 왕따를 당하는 아이들과, 한국말을 하지 못하는 엄마와 살면서 한국말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 또래보다 말이 더딘 아이들, 이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고 본격적으로 사회에 진출할 무렵까지 과연 우리사회가 단일민족이니 뭐니 하는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과연 그들에게 차별을 가하지 않고 또 독일처럼 큰 상처를 받지 않고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철저한 제도와 교육의 개선 없이 그저 '다문화 사회(이 말 조차 차별 대우의 의도가 숨어있다는 주장이 있다.)'만 외쳐대는 지금이 걱정스럽기 그지없다.

 

그뿐 아니다. 나치에 희생된 사람들은 유대인 뿐만이 아니다. 동성애자들이 잔인한 방법으로 수없이 희생되었고, 베를린 티어가르텐에 있는 박해당한 동성애자를 위한 추모비가 다른 곳에서도 접했을 정도로 유명하다. 초등학생 아이들이 동성애를 그린 영상물을 볼까 움찔하며 아이들을 밀어냈다는 저자의 이야기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나 스스로는 인권의 중요성을 주장하고 소수자에 대한 박해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동성애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꽤 무관심했던 것이 아닌가 반성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발감, 왠지 모를 움츠러듦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인권을 위해 일하고자 하는 사람들끼리 모였을 때도 정작 동성애자가 아니면 동성애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적어 우리끼리도 놀랐었다. 과한 관심과 부담스러운 배려를 해 주자는 것이 아니라, 소수자, 약자에게 주어지는 압박에 맞서 주는 누군가가 있어야 할 텐데 무관심한 다수는 그들이 받는 상처를 그저 그런 것으로, 그럴 만하니 그러는 것으로 놔 둬 버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현상은 초고속 인터넷과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사는 우리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이 책 263쪽부터 독일은 정부를 비판해야 한다고 교육한다는 내용이 나온다. 265쪽에는 참 인상적이게도 이런 대목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부에 대한 비판이 중요하다는 사실만 강조할 뿐, 우리처럼 비판하는 사람들을 바로잡겠다고 정책을 홍보하고 사람들을 끌어모아 홍보 요원을 키우지는 않는다. 아무 조건 없이 국민의 자발적인 판단과 언론에 맡겨 둔다.'

 

'어떻게 그 많은 지식인들이 눈을 버젓이 뜨고 있는데 '아리안 민족 정화'라는 말도 안 되는 명목으로 인종 청소를 자행하는 히틀러의 준동에 놀아날 수 있었던 것일까? 그것을 가능하게 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국민의 귀를 막고 눈을 멀게 한 미디어의 힘 때문이었다.'

 

'부패한 정권의 하수인이 된 미디어나 독재의 나팔수들이 멀쩡한 지식인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주제는 의외로 도덕과 정의와 사랑, 관용, 애국심 등과 같은 좋은 말들이다.

그들은 비판의 칼날을 빼어 든 사람들을 관용이나 온유함과는 거리가 멀게 묘사한다. 어두운 곳을 둘추려는 사람은 성장 과정부터 그릇된, 비뚤어진 인간의 전형인 양 가르친다.'

 

 

 

굳이 독일처럼 인류에게, 우리 스스로와 모두에게 큰 상처를 남기고서야 배울 것인가. 독일에 가서 공부하고 살고 아이들을 교육시키는 무터킨더가 말하고 싶었던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이런 것들 아니었을까. 평범한 시민들이 평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사회, 그런 국가. 그런 사회를 배워 나와 내 후손이 그렇게 살게 하기 위해서라도 일생에 한번은 독일을 만날 가치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도 나는 독일을 만날 수 있었다고 느낀다.

 

Posted by 오온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