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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는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이 고양이 밥그릇을 들여야 한다.
오늘은 나였음.
먹고 갔구나.
그릇 들이고는 아~공기 상큼하다! 하면서
어디 지나가는 고양이 없나, 바깥을 보니
으아니, 너는!
우리 집에 오곤 하던 녀석!
후다닥, 급히 집에 들어와서 잠옷 위에 원피스 하나 뒤집어쓰고
현관에 항상 비치되어있는(중요한 물건이니까. ㅋㅋ) 사료, 파우치, 전단지를 들고 달려나갔다.
그 와중에 또 집 앞에 고양이 털 뭉치 있어서 빛의 속도로 치우면서.
그리고 녀석과 마주쳤다!
그런데 익숙한 목소리가 나를 불러서 쳐다보니
큰냐옹이!!!!!
이미 사료는 전단지에 다 쏟아부은터라
파우치는 반만 붓고
큰냐옹이는 사료 담았던 비닐봉지 깔고 남은 파우치를 줬다.
그렇게 밥 먹는 두 녀석과 내가 정삼각형을 그리며 서 있다 보니
큰냐옹이가 다 먹고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디로?
전단지 깔고 사료 준 애 있는 쪽으로.
(자세히 보면 사진 오른쪽 중간쯤에 노란 점이 있다)
어차피 걔 혼자 먹기엔 사료가 많은 양이긴 했다.
좀 전부터 다 먹었는지 멀뚱멀뚱 앉아있던 녀석이
전단지에 사료를 남기고 떠나길래
내가 비닐봉지와 전단지를 치웠다.
남은 사료는 일단 바닥에 그대로 쏟고.
그랬더니 큰냐옹이가 냠냠.
그럼 드시는 동안 나는 고양이 밥 안 준 척 조금 옆으로 가 있을까?
그렇게 옆으로 가다가 어떤 캣맘의 흔적도 봤다.
그릇을 치워버릴까 하다가 혹시나 걱정하실까 싶어 놔뒀다.
여기서 몇 번 고양이 밥 준 흔적을 보곤 했는데 오늘도 봐서 반가웠다.
잠시 후 다시 돌아오니 그새 별로 청소할 필요없이 거의 없어진 사료!
냐옹이들, 아침에 반가웠어!
전단지에, 비닐에 밥 주고 녀석들 먹는 거 지켜보는데
새벽 다섯 시 좀 넘은 시간에 어떤 아저씨 두 분이 지나가면서
"어~녀석들 누가 밥 줬네~" 하셨다.
다행스럽게도 아저씨들 목소리 톤이 부드럽고 웃으시며 말씀하셔서
긴장을 조금이나마 풀 수 있었다.
하지만...역시 얼른 전단지 치우고 한 것은 사람들이 볼까봐!
밥 주는 나도 이렇게 가슴 뛰는데 냐옹이들은 이렇게 살아가면서 오죽할까 싶어 또 안쓰러웠다.
정작 두 녀석은 유유히 걸어갔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