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

지난 밤 안녕했는지

오온이 2012. 6. 8. 05:21

날이 밝아오려는 늦은 새벽, 밖에서 고양이들의 괴성이 들리길래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났다.
큰냐옹이일지도 모른다.
또 누군가에게 당했을 수도 있다.

고양이 싸우는 소리야 가끔 들을 수 있지만,

몸도 통통하고 다른 고양이들 앞에서도 당당한 보리 모습만 생각할 땐 사실 그렇게 걱정되진 않았다.
하지만 요즘은 큰냐옹이가 며칠 새 두 번이나 피를 묻혀와서 영 맘이 편치 않은데 이렇게 큰 소리가 나다니.

 

창문 밖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마 놀이터 앞일 것이다. 그렇게 큰 소리를 내곤 다들 또 지하주차장이나 건물 아래 어딘가로 들어갔겠지......

 

큰냐옹이는 어떤 밤을 보냈는지 모르겠다. 내가 편히 쉬고 있는 동안 큰냐옹이는 두렵고 힘든 밤을 보낸 건 아닌지.

해 줄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너무 미안하다.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슬프다.

 

평화로운 이 아파트 단지도 고양이들에게는 뺏고 뺏기는 삶의 영역이고 누군가는 또 죽고 태어나는 곳임을 다시 생각한다.

 

엄마가 몇 번이나 하신 말씀이 두렵게 생각난다.

"저 녀석이 어느날부터 안 오기 시작하면 (우리 마음은)어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