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옹, 거기, 그래 거기!
시원해 하시는 대범님 사진 먼저 한 장.
"아옹옹, 언니 좀 더 긁어라옹. 아옹."
대범이는 빗 사서 긁어줘도 되지 않을까?
이른 새벽, 밖에서 고양이 소리가 나기에 얼른 나갔더니
고양이는 안 보이고 소리도 잠잠해져버렸다.
아로 있는 근처로 가서 아로야, 아로야, 하니
산에서 폴짝거리며 발랄하게 아로가 길로 나왔다.
이제 아로를 아파트 단지 안에서 밥 주는 습관을 들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
아로야, 가자, 여기는 이제 공사할 거래. 우리 저기 가서 밥 먹자.
자꾸 말을 걸며 따라오라 걸으니
아로가 냐옹거리며 잘도 재빠르게 따라왔다!
"밥 먹으러 가자는 거냥?"
이렇게 아로를 끌어들이기가 쉬울 줄이야!
"알겠다냥알겠다냥."
잘 따라 오다가 코너에서 멈칫한다.
"꼭 들어가야 하는 거냥?"
왜 그래. 너 여기 잘 오잖아. 아파트에서 밥 먹은 게 한두 번이야?
결국은 구석으로 불러들였다.
여기는 가까우면서도 의외로 사람들이 별로 신경 안 쓰는 장소 같아서.
근데 대범이도 왔다!
"급식기 있는 곳에 냐옹님들 있으시다냥."
아, 이렇게 아로와 대범이를 내가 원하는 곳에서 밥 주기가 쉽다니!
나는 행운아야!
그런데 대범이가 조금 먹다 말고 내 쪽, 조립식 건물 같은 것 입구에 올라온다.
-참고로 이 건물은 자율방범대 사무실인데 사람이 있지는 않다.-
그러더니 재떨이에 고인 물에 입을 댄다.
"급식기 너 오늘은 밥그릇도 없고 물그릇도 안 챙겨 왔다옹."
얼른 물그릇 들고 슬쩍 헹궈서 물 담아 왔더니
"어디 갔다 오는 거냥?"
물 갖고 왔어. 아로야 물 마셔.
"글쎄, 난 물 생각 별로......"
"응, 물?"
대범이는 잘 먹는다. 착한 대범이.
"난 물 좋아한다냥~
근데 너 물그릇 언제 납작한 걸로 바꿀 거냥?"
미안해, 담엔 바꿔올게.
"난 밥이 더 좋다냥."
그러더니 대범이가 가려운 건지 그루밍도 하고 뒹굴기도 한다.
아로는 다시 산 초입으로.
"난 여기가 더 편하다니까옹~"
아로야, 여기로 와,
아무리 불러도 차 밑에서 나오지도 않고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건 도저히 안 되겠고.
대범이가 오히려 이리로 왔다. 사실 두어 걸음 거리.
"니들끼리 뭐하냐옹."
그러더니 시멘트 벽에 몸을 갖다대기에
긁어줄까? 하며 손을 갖다댔더니
"거기, 거기 좀 더 긁어라냥."
자세 바꿔가며 긁으라신다.
그러다 내가 아로야, 하며 아로한테 갔더니
컵에 약간 남은 사료에 머리가 들어간 녀석.
그래서 대범이 좀 부어주고,
아로도 결국 차 밑에 좀 부어주고.
또 둘이 나란히 조금씩 더 먹었다.
대범이는 지꺼 또 남겨놨음.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