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캣의 나옹을 보내며.
snowcat.co.kr 을 알게 된 건 동생이 괜찮은 사이트라며 알려 준 2001년인가, 2002년 쯤이었다.
과 동기 중에 그림 잘 그리던 조용한 친구가 내가 이 홈페이지를 보고 있는 걸 보고 "여기 괜찮더라." 하고 뜬금없이 말을 걸어 괜히 반갑기도 했던 기억도 있다.
그땐 젊고 쌩쌩하고 늠름하던 아메리칸 숏헤어 수컷 고양이, 나옹이가
시간이 흘러 올 봄 17살 생일을 맞았을 때 새삼 세월을 실감했다.
그리고 며칠 전 발작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꽤나 충격을 받았고 무서웠다.
이미 짧지 않은 생이었다는 것도, 큰 수술을 했다는 것도 알았지만, 그래서 떠날 수 있다는 것도 알았지만
아직은 그 날이 아니기를 바랐다. 아직은 그때가 아닐 거야.
하지만 나옹이는 떠났다고 한다.
우리 샤론이가 그랬듯 평화롭게, 예쁘게...
나옹이 뒷발을 절기 시작하며 다치자 감아놓은 붕대가 샤론이를 떠올리게도 했다.
샤론이는 떠날 때까지 다친 발도 그 귀여운 젤리 발바닥은 그대로였다고 했다.
나옹도 그 멋진 무늬 털과 잘생긴 이목구비 모두 그대로 잠들었으리라.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한 시대가 끝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그림이나 사진으로 언제나 만날 수 있던 나옹과 그를 그리던 작가.
이제는 나옹이 떠나고 그만큼 나이를 먹은 인간들이 남았다.
젊고 발랄한 은동이가 작가에게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비교적 긴 시간 나옹이가 있어주었고,
그래서 작가와 독자 모두 행복했다는 것을 안다.
너무 슬퍼하는 건 영원함을 바라는 인간의 욕심일 거라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 욕심내는 인간일 뿐. 아마 한동안 화면 앞에서 나옹이 생각을 하겠지.
가족, 뮤즈, 삶의 원동력이던 나옹을 보낸 작가에게 위로를 전하고 싶다.
(링크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카카오페이지를 붙여넣었는데 휴대폰에서는 이렇게만 뜬다. 이유를 모르겠다. -_-)
[카카오페이지] 옹동스: 179화. 못 말리는 나옹
http://page.kakao.com/link/46609100?page_id=50180106
그리고 비오는 오늘 밤에도 또 바깥에서 뛰어놀고 있을 나의 대범이에게 오늘도 무사할 행운을 빈다.
내가 네 목에 gps를 달아야 할지, 그 전에 네가 이젠 힘이 빠졌으니 이젠 집에 있겠소, 해 줄지 모르지만
우리의 마지막은 제발 함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내가 잘 벌어볼게. 넌 오래 건강해주렴. 그리고 제발 아프게 돼도 숨어버리지 말아 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