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 노랑이, 대범이, 아로의 추가 이야기
보리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은 티가 난다.
며칠 전에는 냐옹~해서 밥 줬더니 밥은 안 먹고 일단 바닥에 털썩 드러누워 눈이 슬슬 감기고...
최소한 몇 분은 지나서 일어나더니 슬슬 밥그릇에 와서 몇 입 먹고 물 좀 마시고 또 바닥에 털썩.
결국 맛있는 간식 줬더니 그것도 반만 물고 가버렸다. 녀석.
노랑이는 나흘간 못 봤다.
걱정이 되면서도, 걔 그럴 때 많았는데 뭐...다른 애들도 그러는데 뭐...놔두는 물과 밥은 잘 줄어드는데 뭐......
하며 위안하고 있다.
그래도 나타나 줬으면.
대범이는 산으로 가는 걸 보기도 했고,
지난 아침에도 산 입구 그늘에 드러누운 걸 시력 나쁜 내가 가까이 다가가서야 발견했다.
내가 먹을 걸 들고 있으면 이젠 망설임 없이 내 앞에 와서 먹이 검사를 한다.
먹고 있을 땐 살살 만져도 괜찮다.
하지만 먹이에서 입을 뗐거나, 내가 손에 먹을 게 없으면!
- 역시나 경계의 눈빛.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일라치면 샤삭 도망.
겁이 적은 편이라 만질 수 있어서 고맙고 좋으면서도
또 날카롭게 경계하는 게 다행이다.
그러지 않으면 오히려 더 걱정일 테니 고맙다. 사람 피할 줄 알아야지.
아로는 며칠 째 산에서 자다가 새벽에 내가 산 입구 쪽 길로 가면서 아로야, 부르기도 하고 발소리도 나고
그래야 깨서 내려오는 것 같다. 내가 한참 부르고 두리번거리고 돌아설 때야 냐옹거리며
산 입구 쪽에서 보이는 그 타이밍도 그렇고,
오늘은 대범이 밥 부어 주자 나는 들어갈 수 없는 산 텃밭 안에서 나오지도 않은 채로
뭔가 더 졸리는 아오...옹...을 하며 눈도 껌뻑이고 그제야 스트레칭도 하는 게
꼭 사람 자다 일어난 것 같았다.
요놈들 다 길고양이가 아니라 산고양이여.
산이 좋아 산에 살믄 산에 거 먹지 왜 아파트 등나무 그늘에 와서 쉬고
쓰레기통 옆 어슬렁거리고
왜 그러냐옹.
건강해 줘. 다치지 말고, 아프지 말고, 잘 먹고, 잘 놀고, 너무 싸우지 말고.
더울 때 알아서 시원한 뒷산 생활 하는 건 바람직하다.
건강 지키고 차 조심하고 사람도 조심하고,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