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도 못 이겨
보리가 깨우고 나서
바깥 분들도 밥을 드리러 나섰다.
요즘 항상 여기서 나를 부르는 아로.
'내가 뭐 밥 달라 그랬냐옹...'
튕기기는.
"밥 먹겠다고 그런 거 아니라니까옹."
그리고 왔다리갔다리...우산 식당도 가 보고
(우산 식당은 여전히 잘 챙겨 주시고 고양이들도 안녕하다.)
그릇 씻어 물도 새로 뜨고, 이제 들어갈까 하는 사이
"대범이는 밥 안 주냐옹~"
그럴 리가... 우리 대범이 얼마나 보고 싶었는데~
"아하하항냥냠."
그런데 뒤에서 들리는 익숙한 목소리.
아로가 슬금슬금 다가온다.
"나 빼고 뭐 맛있는 거 먹냥."
너는 밥 먹었잖아! 심지어 남겨 놓은 것도 봤거든!
(아로) "그래도 내가 감시할 거다냥."
(대범) "웃기시냥! 이건 내 밥상이다냥."
대범이가 먹으면서 계속
"우왈랄뢀솨뢀봘뢀" 뭐 이런 소리를 계속 내고
아로는 내가 잔소리를 해도 굴하지 않는다.
찌릿!
아예 자리를 잡고 앉기도 한다.
'은근하게 경계하겠다옹.'
아로야, 너는 조금 전에 밥 먹었잖아!
왜 대범이 밥 먹는 거 방해하니!
"내 맘이잖냐옹."
아로한테 다가가서 잔소리를 하니
아로는 슬쩍 위치를 바꾸고
대범이는 고맙다는 뜻으로
내게 귀여운 소리 - 니야~오옹~ - 를 내 줬다.
"나 빽 있는 고양이라니까옹."
하지만 물을 마시면서도 경계를 늦추지는 않는다.
"촵촵촵촵(다가오면 안 참는다냥)."
대범이가 엉덩이 한 번도 안 떼고 끝까지 먹었으니
대범이 승!
그나저나, 물그릇 크기가 깡패.
이거 처음 갖고 나갔을 때 아로가 (아마도)어이없게 쳐다보고 있는 사진도 있다.
"욕조냥?"
그리고 다 먹었는지, 대범이가 스트레칭을 쪼아악 하더니
저 높은 축대를 한 번에 점프해서 올라갔다.
올라서서는 나를 봐 줬다.
"잘 먹고 간다냥~"
대범아, 재미있게 놀아~
*저 철조망 아래에 생각보다 틈이 커서
고양이들은 철조망 아래로 잘 드나든다.
아로도, 대범이도 저 철조망 아래로 잘 다니고
대범이도 오늘 바로 저기로 쏙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