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
냐옹정(亭)에서 낮잠자는 수리
오온이
2017. 9. 9. 01:01
(최근 휴대폰 사진 방출)
늦은 아침 시간, 아파트 뒷마당을 내다보니
정자 위에 누가 누워 있다.
조심히 간다고 가는데도 어느새 발소리에 발딱 일어난 수리.
"동네 나이 많은 아줌마들이나 정자 같은데서 누워 낮잠자지, 난 그런 거 몰라. "
옆에 가 앉으니 새침한 표정을 짓는다.
수리야, 너 거기서 그렇게 자니까 진짜 할머니 같더라. 깨서 고스톱이나 윷놀이 할 것 같았어.
이 근처에 벤치가 있던 걸 들어내고 올해 정자를 갖다놨다.
벤치 있을 때도 수리는 의자 위에서 잘 자더니 이젠 정자 위에서 자네.
저 정자 기둥엔 걸레, 마루 옆엔 재떨이, 마루 아래엔 고양이 밥그릇이 있는데, 아마 걸레는 관리실에서 비치해 둔 것일 테고 재떨이는 우리 아버지가(...거긴 금연구역이 아닌 걸까...), 고양이 밥그릇은 누군가가 이름 모를 사료와 위스카스 파우치를 준 이후 며칠 안 치워지고 있었다.
앉아있어보니 시원하고 조용하던데, 그래서 수리가 동네 할머니 포스를 풍기며 자고 먹고 하나보다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