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범이네

길고양이 핫팩-아이스팩 재활용

오온이 2017. 12. 22. 21:22

대범이는 요즘 새끼들을 데리고 밖에서 살고 있다.

근데 겨울이다...

(예전 겨울엔 집에 와서 자고 가기도 하고 지하실에 들어가 자기도 해서 얼어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근데 새끼들 어린데 왜 지금은 바깥 생활을 하는지 나도 모르겠다.)


엄마가 저 냔이 새끼 다 얼려 죽이면 어떡하냐며 걱정하셔서 나름 연구를 했다.



 

난방 방식은 세 가지를 생각했다.


1. 흔들어 쓰는 핫팩


흔들어 쓰는 핫팩 두 개를 수면바지로 감싸 집안에 넣어줬는데

예닐곱 시간 뒤에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요것들이 핫팩 위에서 잔 게 아니고 자꾸 뛰어나와 놀았는지?

여튼 불만족.



2. 충전식 전기 손난로


휴대폰 외장 배터리도 되고 온도 조절도 되는 충전식 전기 손난로.

길게만 된다면 가장 만족스러울 것 같았으나

내가 써 본 두 가지의 전기 손난로는 모두 손을 저리게 했다.

우선은 못 느껴도 꽤 진동이 있는 것 아닐까 싶었다.

어린 고양이들 집에 넣어주기로는 부적합하다는 결론. 집에 넣어보지도 않았다.

이상한 거 집에 있다고 안 들어가고 밖에서 오들오들 떨까봐...-_-



3. 아이스팩


그래서 찾아보니 음식 배송할 때 쓰는 아이스팩을 데워 핫팩으로 쓰면 된다기에

냉동실이며 베란다에 있는 핫팩을 뒤져 전자렌지에 데워 내가 찜질을 해 보니 괜찮은 거다.


몰랐는데 아이스팩 내용물은 고흡수성 폴리머가 일부 들어있는 사실상 물 주머니.

보온 물주머니를 잘 쓰는 나로서는 괜찮겠다 싶어 흔드는 핫팩 하나에 아이스팩 두 개를 데워서 

같이 스티로폼 집 안에 넣어줬다.

그랬더니 여덟 시간 뒤에도 집 안에 온기가 있었다(물론 고양이 체온과 더해져서 그렇지만).


그래서 그때부터 하루 세 번, 아이스팩 큰 것 세 개를 뜨끈하게 데워서 파자마를 잘라 만든 주머니에 넣어 스티로폼 집 안에 넣어줬다.

(전자렌지에 데우면서 터지지 않는지 잘 보고 데워야 한다. 빵빵하게 부풀어오르면 꺼내야 함.)


4. 보완

하루는 집안에서 꺼내니 파자마 주머니가 조금 축축...

자세히보니 새끼들이 발톱인지 이빨인지로 구멍을 냈다. 아, 덮어둔 수면바지도 밀치고 파자마 주머니는 뚫어서

이 아이스팩도 살짝 구멍이 나 버린 것...


해롭지는 않다지만 그래도 화상, 혹은 몸이 젖어서 더 추워지는 문제 등 부작용을 처음부터 많이 걱정했었는데 준비가 부족했다는 걸 통감하고

아이스팩은 흉하지만 저렇게 청테이프로 칭칭 감고

주머니는 이빨이나 발톱으로 뚫기 힘들어보이는 튼튼한 재질-온열기 주머니인데 딱딱하고 커서 여러 겹으로 접어 덮을 수 있다-로 바꿨다.


그래서 지금 며칠 째 또 쓰는 중... 

(대범이가 자리잡은 집은 스티로폼 상자 집.

바닥에는 항공기 담요? 같은 담요를 접어 움직이지 못하게 상자 바닥에 구멍을 뚫어 묶어두었고

내부는 표면이 오돌토돌한 시트지 도배, 문은 뽁뽁이로 커튼처럼 붙여뒀다.

그리고 덮든 깔든 하라고 수면바지도 잘라 넣어 둔 상태.)


*팥이나 현미가 들어있는 핫팩도 있던데-역시 전자렌지에 데워서 사용-

혹시나 냄새를 싫어할까 싶어 시도해보진 않았다. 이건 재료만 있으면 집에서 만들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대범이는 철저히 고기, 생선만 먹을 뿐, 옥수수 냄새를 맡곤 '뭐 이따위를 먹고 있어...' 하는 녀석이라

곡류 냄새를 그닥 즐기진 않을 듯 하여...


​사진에 있는 작은 건 치과에서 받은 건데, 작다보니 온기가 오래 가지 않아서 단독으로 쓰기엔 좋지 않다.

큰 거 세 개 넣어주면 여덟 시간 뒤에도 온기가 남아있다.




사진은 핫팩(이 된 아이스팩)을 넣었더니 들어가서 배 지지는 대범이. 

'20주년 축하상품' 집은 원래 수리 낮잠 자라고 만들어 둔 건데 (어차피 밤잠은 지하실)

수리가 낮에도 안 써서 새끼들의 놀이방이 됐다.

(X자로 자른 문인데 저렇게 쉽게 너덜거릴 줄은 몰랐다;; 빠닥한 비닐이라 더 쉽게 모양이 잡혀버린 듯.)


물은 어른도 아깽이도 마시고, 건사료는 혹시나 밤새 배고플까봐 두는데 은근히 줄어든다.

추운 날은 몇 시간 뒤에도 물이 언다. 

우린 그릇만 좀 큰 걸로 쓸 뿐, 아직도 다른 방법 안 쓰고 그냥 얼음 깨 버리고 새로 갈아주곤 한다.​


작은 몸들을 웅크려 붙여 겨우 보내는 겨울 밤이 혹독할 거다.

엄마가 (나는 조금 도왔;;) 이번 겨울에 만든 고양이 집은 네 개

(네 채 라고 해야할까...-_-)인데, 하나는 영 별로인 듯 해서 버렸다고 하시고 세 채를 대범이가 왔다갔다 하면서 쓴다.

지루한 내용이지만 좀 적어두자면

수리는 지하실에서 자고 하루 두 번 지상에 올라와서 우리 부모님과 마주쳐서 밥을 먹곤 한다.

(이게 된다. 수리의 능력+울 엄마의 준비+우체통 활용)

수리를 생각하면, 그 어릴 때도 대범이와 단 둘이 춥게 겨울밤을 보내고 싸구려 먹이를 먹었고...더 가엾어진다.

살아남아줘서 고마운 수리. 요즘 발랄해서 더 예쁜 우리 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