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이웃들
이웃들이 간혹 고양이 밥그릇에 생선이나 멸치를 갖다 놓는데
국물 내고 난 멸치라든가 냥님 입에 그리 맛있지 않은 건 빨리 줄지를 않아서
밥그릇이 아주 더러워졌다. ㅠㅠ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_-;; 하나 남은 스텐 그릇 설거지를 했더니
수리하고 아로가 밥그릇 갖고 간다고 난리난리가 났었다.
"이모! 밥그릇 왜 치웠어! 빨리 밥 줘!"
이양이양이양을 서라운드 음향으로 들었다. ^^;
아로도 빛의 속도로 다가오면서 이양이양이양!
그런데 오늘은 평소와 달리 그릇 높이만큼 땅을 파서 그릇을 넣었다.
땅 파는 사이 수리가 성질내고 아로, 아로랑 새끼인 듯한 걔, 노랑이, 보리깽이 뒤에서 구경을 했다.
고양이 밥그릇을 좀 눈에 덜 띄게 하려고 한 건데
너무 고양이떼와 함께 있어서 더 눈에 띄었을 듯. -_-;
(그나저나 사진은 왜 이렇게 다 흔들리는지 모르겠다.)
"언니, 실컷 하던 게 겨우 이거야?"
그래. 언니 실력이 겨우 그따위라 미안해.
밥이나 먹자.
그러고는 밥을 아직 다 차리지도 못했는데
급한 수리는 고개부터 들이대고 아로는 수리가 성질내서 못 먹고 있었다.
아무리 반대편으로 가서 아로야 이리 와서 먹자 부르고
캔으로 유인을 해도 저기서 안 나오더니
밥그릇 옆에는 어찌 가 보려고 몸을 옮기기에 캔을 떠 놓으려니까
노랑군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인다.
(노랑) "누나, 제가 누나 좋아하는 거 아시죠?"
니가 언제?
그 와중에 수리랑 아로 신경전.
(수리) "죽인다! 내 밥이여!"
(아로) "나 호락호락하지 않어."
결국은 나뭇잎-_-을 놓고 캔을 몇 군데 떠 놨다.
이만하면 알아서 먹겠지.
돌아서니 밥그릇 싸움의 조연인 보리깽 꼬리도 보인다.
좀 전에 엄마가 대범이, 수리, 아깽이들까지 조금씩 캔 먹이셨다곤 하지만
그래도 나도 보고 싶으니까 대범아~대범아~불러보았다.
(깜짱 아깽) "이모 오셨냐옹?"
응, 아깽아. 엄마는 어디 갔어?
캔 좀 더 먹을까?
그런 대화를 하고 있자니 대범이도 달려왔다.
"언니, 내가 좀 바빠서 나갔다 왔어!"
대범이하고 놀고 있으니 아깽이도 얼른 나온다.
(사진 왼쪽부터 꼬리는 대범이, 손 모으고 앉은 애는 깜장 아깽이, 노란 통 옆으로 나오고 있는 애는 미니수리.)
"이모~먹을 거~"
욕 먹을 짓인 줄은 알지만 나뭇잎 깔고 줬는데
(왜 두꺼운 종이 하나 안 들고 다닐까)
끌고 다니며 결국은 흙 묻혀 먹는다.
잘 크고, 예쁘다.
그리고 나보다 우리 엄마가 더 잘해주셔서 그렇겠지만
다들 엄마한테 더 잘해준다고 한다. 부럽...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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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은 고양이들이 참 눈에 안 띄고
심지어 베란다에서 대범이랑 수리를 보고 내려갔는데도 결국 못 만나기도 했는데
(그래놓고 한 시간 뒤 쯤 울 엄마 아부지랑 나가시니 반겨줬다고. 뭥미?)
오늘은 오랜만에 고양이 이웃을 많이 만나서 아주아주 좋았다!